양귀비꽃에 얽힌 역사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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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한국인들은 흔히 ‘양귀비’하면 중국 당나라 현종의 후궁 양귀비와 아편의 재료로 쓰이는 양귀비꽃을 떠올린다. 그럴 만도 하다. 후궁 양귀비와 양귀비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양귀비라는 꽃 이름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경국지색(傾國之色·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자)’ 양귀비의 미모처럼 아름답고 위험하다하여 붙여진 명칭이기 때문이다. 중국어로는 ‘앵속(罌粟)’, 북한 문화어(평양 표준말)로는 ‘아편꽃’으로 불린다.

▲당 현종은 즉위 초 ‘개원(開元)의 치(治)’라고 불릴 정도로 태평성세를 이뤘지만 후궁 양귀비에 빠진 후 정사를 등한시 했다. 그로 인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으며 ‘안록산의 난’으로 나라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양귀비꽃도 백성을 피폐하고 만들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청나라 말기 중국인들은 영국 상인들이 판매한 아편에 중독됐고, 결국은 아편전쟁으로 서구 열강에게 치욕을 당해야만 했다. 우리 선조들이 이 꽃에 양귀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절묘하다.

▲‘플랜더스(프랑스어로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한/ 줄 지어 선 십자가 사이에/ (중략) / 우리의 신의를 그대가 저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 하리/ 비록 플랜더스 들판에 양귀비꽃 무성하게 자란다 해도.’

1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캐나다 군의관 존 매크로 중령이 1915년 5월 전우의 죽음을 기리며 쓴 시 ‘플랜더스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다.

존 매크로는 1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이 처절한 전투를 벌었던 프랑스 북부 플랑드르의 들판에 피어있는 양귀비꽃들을 보며 전사한 전우들을 추모했다.

이 시를 계기로 양귀비꽃은 유럽과 영연방 국가에서 1차세계대전을 추모하는 상징꽃이 됐다.

지난 11일 파리에서 열린 제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은 가슴에 빨간 양귀비꽃을 달았다.

▲플랜더스의 양귀비는 아편 성분이 없는 ‘개양귀비’로 마약 재료가 되지 않는다.

개양귀비는 중국 한나라의 시조 유방과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뤘던 항우와 함께 생을 마감한 우미인을 빗대 ‘우미인초’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양귀비꽃에 얽힌 역사와 그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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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21-08-17 19:20:23
재밌습니다. 개양귀비꽃은 중독성분이 없군요.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양귀비꽃을 앵속이라 부르지 양귀비라고 부르지 않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