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르는 휘발성, 마취성, 인화성를 지니고 있으며, 극성이 작은 편이여서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이런 성질 때문에 ‘에테르의 증기는 기분 좋은 환각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에 한 때 사람들은 이 증기를 마시고 ‘에테르 유희(ether frolics)라는 파티를 즐겼다.
이처럼 단순한 유흥과 오락을 위해서 사용되던 에테르가 수술을 받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마취제로 이용된 적도 있다. 한 화합물 속에 잉태되어 있는 오묘한 성질들은 흥미롭고 경이롭다. 과학자들의 호흡과 손길에 의해 이들의 내면이 표출될 때는 전율이 느껴진다.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술은 마취 없이 진행했다. 수술시 고통이 완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 알코올을 충분히 바르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의사들은 수술 도중에 자신들이 감염될 우려 때문에 알코올을 마시고 수술하기도 했다.
그러던 1846년 10월, 치과의사 William T. G. Morton은 에테르를 사용해 마취상태를 유도할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에테르를 사용하면 고통 없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마취 특성을 지니고 있는 다른 화합물을 찾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었다.
James Young Simpson은 자신의 저녁식사에 초대된 손님들에게 클로로포름(chloroform)을 흡입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물질을 들이킨 자신과 손님들이 인사불성이 되어 식당 마룻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즉시 자신의 환자들에게 이것을 적용했다.
클로로포름은 흡입 전신마취제이며, 1847년 영국의 Simpson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어 외과수술에 새 기원을 열었다. 피부를 자극하고, 국소를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며, 증기를 흡입하면 대뇌를 마비시키는 작용이 있어 큰 수술을 할 때 사용되었다.
에테르에 비해서 1/3의 양이면 족하며, 마비가 빨리 오고, 발양상태도 짧고, 수술 후의 오심이나 구토도 적다. 에테르는 주위의 산소와 반응하여 폭발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수술 중 도구끼리 부딪혀 작은 스파크에도 점화될 수 있다.
클로로포름은 메탄에서 3개의 수소가 염소로 치환된 화합물이다. 메탄은 습지와 같은 혐기성 환경에서 생성되고, 반추동물의 소화기관에도 존재한다. 소가 소화시킬 때 발생하는 메탄기체의 90% 이상은 트림, 10% 미만은 방귀로 배출된다. 이것은 이산화탄소 등과 함께 온실기체의 구성원이다
마취가 수술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산모에게 클로로포름을 사용하는 것은 논란이 많았다. 이 문제는 유아의 안전이나 산모의 건강에 대한 고려 이상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도덕적∙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출산의 고통은 필요한 것이고 올바른 것이라는 신념이 견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1853년 영국의 빅토리아여왕이 여덟 번째 출산시에 클로로포름을 사용했다. 아홉 반째 출산에서도 이 마취제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자 이의 수용을 인정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가속화되었다.
두 얼굴을 가진 클로로포름도 어두운 면을 품고 있다. 이것은 간과 신장에 손상을 일으키고, 이에 과다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물질은 각막에 손상을 줄 수 있고, 피부가 갈라지게도 한다.
클로로포름은 고온, 공기, 빛 등에 노출되면 유독성 물질인 염소, 일산화탄소, 포스겐, 염화수소 등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오늘날 이 화합물을 합성할 때는 보호복과 실험기구 등을 사용한다.
클로로포름의 부정적인 측면이 표출되었지만 100여년 전에는 이것을 악당이라기 보다는 신의 선물로 여겼을 것이다. 특히 수술환자들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이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들이마셨을 것이다. 또한 마취제가 없었으면 수술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의학의 한 분야로 발전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