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고슬(膠柱鼓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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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휘, 전 제주도농업기술원장

고집불통인 사람을 보고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고 한다. 거문고 줄을 가락에 맞춰 타려면 줄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이리저리 옮겨야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아교풀로 고정시켜 붙이면 다시는 가락에 맞는 소리를 낼 수 없다. 이와 같이 한 번 무슨 일에 성공했다 해서 언제나 그 방법이 성공하는 줄 알고 때와 장소에 따라 뜯어 고칠 줄 모르면 영영 다시는 성공의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기’ 중 염파 인상여에 나오는 말인데 조나라 명장 조사의 아들 괄(括)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병서에 밝아 아버지와 가끔 용병에 관해 토론을 벌이곤 했다. 조사의 부인은 아들이 총명한 것을 보고 집에 장군이 났다면서 기뻐했다.

그 후 진나라는 조나라를 자주 침략해왔고 그때마다 염파가 싸웠으나 불리해졌다. 조나라 왕이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에 임명하려 하자 인상여가 “괄은 아버지가 전해준 책을 읽었을 뿐 때에 맞춰 변통할 줄을 모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왕은 인상여의 말을 듣지 않고 조괄을 대장에 임명했다.

조괄은 대장이 되는 그날로 자기가 알고 있는 병서의 가르침대로 예전부터 내려오던 군령을 전부 뜯어 고쳤다. 이리하여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조괄은 이론만으로 작전을 감행한 끝에 조나라 40만 대군이 몽땅 죽는 가장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즉 기둥을 아교풀로 붙여 놓고 거문고를 타니 소리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학벌이나 지식을 뽐내는 애송이 상관을 모시는 실제 경험자들의 고충이 바로 이런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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