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공무원을 한다
알아야 공무원을 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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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면장은 사무관급 ‘면장(面長)’이 아니라 담벼락을 마주한 듯 견문이 적은 상태인 면장(面牆)을 면(免)한다는 ‘면면장(免面牆)’을 줄인 ‘면장(免牆)’을 말한다.

알아야 담벼락을 마주 대하고 살아야 하는 우매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논어(論語)의 양화(陽貨)편에서 유래됐다.

공자는 어느 날 공부를 게을리하는 아들 백어(伯魚)를 불러 “너는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공부했느냐?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으면 담장에 얼굴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고 꾸짖었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 첫머리에 나오는 글의 편명(篇名)이다.

아는 것이 부족해 담장을 보고 있는 듯한 답답한 상태가 ‘면장(面牆)’이고 열심히 학문을 익혀 이 같은 상태를 면하는 것이 ‘면면장(免面牆)’이다. 여기에서 ‘면(面)’이 빠지면서 ‘면장(免牆)’만 남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에도 ‘속담’으로 올라 있다. 상대방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거나 일을 엉뚱하게 처리할 경우 그의 지식 수준을 비하하는 동시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면 그와 관련된 지식이 적당히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평생 사람이 아닌 담장과 마주하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서귀포시가 ‘강정천 체육공원’을 조성하면서 저지른 불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본지 취재를 통해 농지법, 건축법, 하수도법,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유지에 대한 무단 사용 및 불법 형질변경 행위가 드러났다.

불법 행위가 이뤄진 농지는 31필지(답) 2만5455㎡로 상당히 넓은 규모다.

서귀포시는 2016년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실시한 특정감사를 통해 농지법 위반에 따른 지목변경 절차를 밟으라는 통보에도 2년이 넘도록 수수방관하다 지금에야 대책 마련을 위해 허둥대고 있다.

되돌아 보면, 서귀포시가 ‘강정천 체육공원’을 조성할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개발행위에 따른 법적 절차를 차근차근 이행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서귀포시가 체육공원 조성 과정에서 매입한 사유지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지역 주민자치위원회가 이곳을 농장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유지를 무단 형질변경하는 일도 없었을 터다.

체육공원으로 개발되면서 남겨진 농지에 잡풀이 자라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자 행정당국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 메밀, 감자, 고구마 등을 파종해 체험농장을 조성한 주민자치위원들에게도 서귀포시는 ‘불법 농장 운영자’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이 같은 불법 행정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도감사위원회도 서귀포시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했지만 개발행위에 따른 부서 간 농지전용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만 밝혀내고 당시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수박 겉핥기’식 부실 감사였던 만큼 서귀포시에 취해진 조치도 불법 행정 규모에 비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감사위원회도 2016년 ‘강정천 체육공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이면서 사정(司正) 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는지 곱씹어보고 반성해야 한다.

서귀포시가 공직자들의 얕은 행정 지식에 부서 간 소통 부재가 더해지면서 발생한 이번 사태로 톡톡히 망신살을 사게 됐다. 알아야 공무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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