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 피해자와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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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지난 10월 29일. 70년간 수형인이라는 낙인 속에 억울하게 살아온 4·3 사건 수형 피해자 18명에 대한 첫 재심이 열렸다.

4·3 수형 피해자 18명은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7월 사이 이유도 모른 채 군·경에 의해 제주도 내 수용시설에 구금됐다가 인천·대전·대구 등 다른 지역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수감되는 과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앞서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9월 3일 이들 4·3 피해자가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불법 군사재판에 의한 형을 무죄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첫 재심이 열리던 날 수형 피해자 양근방씨는 “우리 수형인들이 걸어온 길은 너무나도 험하고, 고통스러운 길이었다”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과연 이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을까.

▲유시민 작가가 쓴 ‘국가란 무엇인가’의 서두에 나오는 ‘용산참사’에서 죽어간 시민들에게 ‘국가는 과연 무엇이었나’라는 부분을 읽다 4·3 희생자와 유족, 수형 피해자들이 오버랩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유 작가는 지난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에서 공권력에 의해 죽어간 시민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네 가지 대답을 내놨다.

첫째,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국가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견해다. 셋째, 국가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시각이다. 넷째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어느 것이 올바른 국가의 역할이었느냐에 대해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유 작가가 지적했듯이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나라는 평화로운 국가가 아니며, 훌륭한 국가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4·3 역시 마찬가지다.

4·3이라는 비극의 와중에서 국가 공권력에 희생된 많은 양민들은 과연 국가에 대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이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국가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자신을 이데올로기라는 사슬에 얽매 목숨을 빼앗고, 감옥에 집어넣었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이 훌륭한 국가이기를, 앞으로 더 훌륭한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만은 다툴 여지가 없다. 4·3 수형 피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재심 판결로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길만이 훌륭한 국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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