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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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중국 태항산 대협곡 앞에 서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실감했다. 깎아지른 듯 200미터가 넘는 절벽이 끝도 없이 이어진 태항산맥! 그 협곡에서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아! 하고 감탄하다가 문득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하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 인간은 인간의 지혜나 힘으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의례 절대자를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절대자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었다. 구약 성서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의 무모한 도전에 대한 절대자의 응징이라고 가르친다. 웅장한 피라미드나 파나마 운하, 만리장성 등 인간이 만들어내기에는 불가사이하다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지은 부르즈 칼리파 빌딩은 지상 163층 높이 830미터이니 바벨탑의 응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우뚝 솟아있다. 어디 그뿐이랴 우주 개발에 쏟는 인간의 도전은 신의 영역을 어느 정도까지 파헤칠 지 궁금하다. -달과 태양도 만들겠다니.

그러나 인간의 어떤 도전도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는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무릎 꿇고 말았다. 미래 과학이 인간의 수명을 얼마나 연장할지는 몰라도 영원히 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그날이 곧 신이 죽는 날이 되고 말 것이다. 니이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했으나 그 말의 모순은 조금만 생각하면 신은 살아있었다란 말이 되고 마니 나약한 인간이 최후에 의존할 곳은 신()밖에 없었을 것이다.

며칠 전 단짝친구 셋이서 경주남산을 23일간 답사했다. 경주 남산동 불탑사에서 부터 국보인 칠불암 마애불상과 보물인 마애보살반가상 앞에서 합장하고 백운재를 넘어 494m 정상 고위봉에 오르니 땀이 비오듯했다. 왜 신라인들은 이 험한 산 속에 바위라는 바위는 모두 부처님을 만든 것일까. 불국토를 정성을 다해 만들었는데 왜 신라는 망한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니 망한 것이 아니었다. 3일간 9개의 국보와 수많은 불교유적을 보고난 후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나는 절로 합장하고 정화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저 부처님의 미소! 저 웃음을 간직하고 만들고 보존한 신라는 망한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었다.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우 슬프거나 괴로울 때 보리사 석조여래좌상을 찾을 일이다. 그 미소를 짓고 가슴에 담을 일이다. 육신이 썩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 미소를 늘 실천하면 영원히 산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영원히 살 수 있는 미소를 만들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합장했으니 우리는 참 지혜로운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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