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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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얼마 전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재미있는 단어가 나왔다. 바로 ‘결정 콤플렉스’다.

사전에서는 ‘결정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명확히 찾지 못했다. ‘결정장애’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표현된 것 같다. ‘결정장애’는 ‘일정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 정도가 심한 것’을 말한다.

제주도정이 현재 ‘결정장애’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서 많이 들어온 이야기다. 결국 도의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나올 말이 나온 듯싶다.

김희현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호기롭게 제안한 일들이 모두 지지부진하다”며 행정체제 개편,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버스중앙차로 확대, 비자림로 확장, 녹지국제병원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외에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안들은 더 많다.

김 의원은 “지사가 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항간에서는 결정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반드시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밀어 붙이고 나가는 게 도지사의 결단력이다. 모든 것을 보류하면 갈등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도민 사회에 찬반의견 대립과 이해관계의 갈등 때문에 모든 사안을 하나 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고민의 과정을 겪고 있다.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중이다”고 답했다.

제주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충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도의회의 지적처럼 어떤 결정도 못하고 미루고만 있는 것은 문제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는 말이 있다. 신중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신속하고 명확한 결정도 필요하다. 현재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있으니 악수(惡手)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신중한 고민은 당연하다. 반대로 고민을 한다면서 시간만 보내는 것은 오히려 책임 회피다.

특히나 제주의 공직사회가 자신이 그 일을 하는 동안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말에는 연말이라서, 올해 초에는 연초에다 정기인사도 있어서, 3~4월이 되니 6월에 선거가 있어서, 선거가 끝나니 새 도정이 출범해서 조직개편도 해야 되고, 조직개편이 끝나면 또 인사도 있고 해서 등등등 핑계거리도 많다. 시간만 끌다가 다른 부서로 가버리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어느 민원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행정이 이러는 동안 민원인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행정행위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현재의 제주도정은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부패영향평가 실무가이드 중 행정절차 측면에서의 평가항목에는 접근의 용의성, 공개성, 예측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행정절차의 예측가능성은 부패유발 요인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만큼 중요하다. 행정절차를 예측할 수 없으면 그만큼 부정부패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경용 의원은 도정질문에서 “예측가능하지 않으면 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 제주도가 너무 불확실하다.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원 지사에게 “제주도 정책을 집행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박수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냐,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제주사회에 민감하지만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어떤 결정이든 모두에게서 박수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결정해야 하고,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도지사와 공직자의 권한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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