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강정마을 주민 가운데 30%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일반적인 유병률 3.8%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그만큼 많은 주민이 해군기지를 둘러싼 충격적인 갈등과 분열, 공포 등을 경험한 후 심한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만 20세 이상 주민 713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해군기지 건설 이후 25.2%(176명)는 가족관계에서, 49.9%(350명)는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해군기지 건설이 민-관 갈등은 물론 치명적인 민-민 갈등과 분열을 낳았다는 점을 여실히 입증한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주민 공감대를 도외시하고 추진한 국책사업 등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들 모두는 찬·반 여부를 떠나 모두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피해자들로, 정부와 제주도가 우선해 공동체 회복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조사 대상자 중 23.6%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살 경향성을 보였으며 12.8%는 우울증세를 호소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연행과 구속 등으로 많은 주민이 공포와 불안을 떨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700여 명이 연행됐고, 그중 600여 명이 기소됐다. 따라서 이 문제는 개인적인 심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는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인권침해 여부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강정 주민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확인한 만큼 제대로 된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사업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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