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신병
  • 제주신보
  • 승인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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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의학의 발달은 빠른 속도로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 그러나 지금도 어디선가는 옛날 방식 그대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례도 있다. 허리가 부러진 환자에게 약초만으로 건강을 되찾아주며 암의 뿌리를 제거하는 놀라움을 보인다. 물론 나을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있어야 하지만 설명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술가의 힘으로 오래된 고통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첫 만남에 울음부터 짓던 분은 갑자기 몸이 아파 이곳저곳 병원을 찾았으나 원인을 짚어낼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단다. 며칠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 줄 모르며 피워본 적이 없는 담배에 호기심이 생겨 입에 물어보니 맛있는 음식처럼 향기까지 난단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꿈은 갑옷과 칼을 찬 장군이 번갈아 나와 호된 꾸지람과 자신을 따르라는 명령조에 그저 엎드려 애원할 수밖에 없단다. 일어나면 온통 땀에 젖어있고 정신은 맑은데 만사가 귀찮아져 자리에 누워 벽만 바라보다가 하루를 보낸단다. 당연히 집안 분위기는 찬 바람이 불어 남편은 매일 술로 지내며 혼사를 앞둔 딸이 살림을 맡아서 하는데 가슴앓이가 심하고 눈치가 보인단다. 얼마 전에는 답답함을 풀고자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아가니 신병이라며 서두르지 않으면 자식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해 알았다며 말미를 달라하고 나왔지만, 사돈댁 체면도 있고 비용 마련도 어렵고 이도 저도 못하는 고민거리란다. 종교가 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럼 방법이 있을 수 있으니 마음을 편히 하고 저녁에 다시 연락하자 돌려보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는데 이번에는 신세 한탄이었다. 모처럼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급하게 서두르다가 칼을 잘못 만져 피가 많이 났단다. 오늘은 너무 늦어 날이 밝는 데로 꿰매야 한단다. 이런 속상함에 모녀가 붙잡고 이리 살아서 뭐하냐 차라리 같이 죽자 이야기까지 오갔단다. 그러면 안 된다. 오늘 밤에 간절함으로 빌어보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는 용기와 위로를 줬다.

다음 날 일찍 흥분되는 목소리로 거짓처럼 상처가 아물어 흔적조차 지워졌으며 꿀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기운이 넘쳐난단다. 기도의 응답이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신의 위대함을 직접 체험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믿어보겠다는 말에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가볍게 넘어가란 당부를 남겼다. 맹신은 심각함을 넘어 위험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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