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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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도시는 수많은 거리와 구역으로 구성된 유기체다. 유기체는 생활 기능을 가진 유기적인 조직체를 의미한다. 도시라는 유기체는 거리라는 도시의 연결망을 통하여 생활 자원이 유통되고, 구역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거리는 도시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혈관 같은 존재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활동 공간으로 지역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도시의 이미지는 거리에서 구현된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밝고 활기찬 거리에서 도시의 활력이, 어둡고 쓸쓸한 거리에서 도시의 침체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심히 지나는 우리의 거리는 어떠한가? 도시의 중심 도로는 갓길조차도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자동차들만이 저들의 세상인양 질주하고, 도시 안길은 난잡한 주차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거세된 기계들의 각축장으로서의 기능만 작동한다. 도로는 이제 차만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매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거리부터 여유와 매력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걷기도 하고, 때로는 차나 음식을 즐기면서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더 나아가 쾌적한 휴식 공간의 기능을 넘어 도시의 허파 구실도 할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녹지공간이라도 조성한다면 그야말로 매력 있는 거리가 된다. 이런 거리는 절로 사람으로 넘쳐나게 마련이며, 이는 바로 도시의 매력으로 이어진다.

거기다 각종 축제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광장과 제주다움이 묻어나는 크고 작은 골목들을 하나의 벨트로 연결한다면 문화 공간으로서의 매력도 지니게 된다. 그것은 지역 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공간을 살려내야 가능하다. 거기에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골목 상권이라도 조성한다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보고, 먹고, 체험하며 즐기는 장(場)으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또한 방문객들이 거리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따라 문화마케팅으로 이어지도록 골목에 스토리를 입히거나 지역에 어울리는 그림이나 색채로 채우는 것도 이색적인 매력일 수 있다.

아울러 경관이 좋은 해안이나 하천변 거리도 단순히 걷기만 하는 단조로운 구도로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관광 안목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에 맞추어 보다 수준 높은 공간구성으로 질 높은 휴식과 탐방이 이루어지도록 거듭나야 한다.

세계를 여행하다보면 크고 작은 도시 안길에서 그 도시의 매력과 마주하게 된다. 여행을 하고 나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들은 거리에서 보고 체험하며 느끼는 매력적인 풍물들이거나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다. 다시 찾아가 걷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곳을 여행하도록 권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거리 투어를 의미할 정도로 거리의 매력은 삶과 여행에 직결된다.

세계는 지금 여행이 대세다. 삶에 여유가 생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 대열에 합류한다. 이제 우리 제주도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매력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관광의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주만의 매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그 시작과 끝은 여유 있는 거리, 제주다운 거리를 만들고 가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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