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산업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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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논설위원

감귤을 수확하는 농업인들의 표정이 매우 밝다. 여느 때와는 달리 계속된 노동에도 피곤한 기색도 없고 힘이 넘쳐나는 모습이다. 평소와는 달리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건네진다. “앞으로도 감귤 값이 좋겠지요.” “그렇고말고요.” 오랜만에 감귤의 고향 제주에 따뜻한 훈풍이 부는 것 같다. 감귤 값만 좋으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웬만한 잘못에는 관용이 베풀어지는 과거 시절이 되살아나 새로운 감귤산업 비전이 제시된다면 너그러이 받아줄 느낌이 든다.

도매시장에서도 제주감귤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부패된 극조생 감귤 처리로 곤혹을 치렀고, 극조생 감귤원 폐원을 요청했었던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일 년 사이 극조생 감귤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느냐 라는 것이다.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극조생 감귤이 시장에 출하되면서 구색 갖추기에 급급했던 제주감귤의 위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데에 있다. 생산량이 적고, 시장 반입량이 적어야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는 게 중론인데 극조생 감귤 출하량이 예년에 비해 39% 증가되었음에도 가격이 높아진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폭풍 전야 꺼질 듯 했던 등불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어두컴컴한 밤에 비쳐주는 등대로 자리매김이 달라진 것처럼 극조생 감귤이 탈바꿈했다는 것은 공영도매상에서 경매를 담당하고 있는 경매사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부패된 극조생감귤로 인해 쓰레기 공판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신선한 극조생 감귤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변했으니 생산 현장 노력에 의해 소비지에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생산현장에서도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신선과 출하를 하는 데 있어 염려되는 잔류농약 문제와 가격비교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고, 금년에는 일본 전문가를 초청해 조생 극조생감귤 유통 워크숍을 개최한 결과 극조생 감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갓 수확된 신선한 감귤을 출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농업인들과 시장에 홍보를 한 게 주효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부패 발생의 원인은 과피에 묻어있는 탄산칼슘과 작물보호제의 약흔을 씻어내기 위한 습식세척에 있었다. 생산과정에서 온갖 정성을 다해 당도를 높여 유통센터에 입고 시켰지만 선과기에 장착된 습식세척용 브러시가 매우 강해 과피에 상처 나기 쉬웠고, 물이 스며들어 부패가 조장됨은 물론 당도가 희석돼 품질이 손상되고 있었다. 단지 약흔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생산단계에서 약흔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8월부터는 탄산칼슘 엽면살포를 지양하고 9월 이후에는 영양제 또는 작물보호제 살포 시 확산제(전착제)를 혼용살포를 하면 액제가 확산돼 골고루 번져서 백반이 형성되지 않고 분말은 가랑비에도 씻겨 내려 자연 세척이 되기 때문에 굳이 습식세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지만 수확된 감귤은 곧 바로 유통센터에 입고되고, 이튿날 선과기 여건에 따라 건식세척 또는 습식세척을 하여 시장으로 수송되는 데 하루 내지 이틀 내에 출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유통기간이 3~7일이 단축돼 소비자는 신선한 감귤을 먹을 수 있어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전 유통센터에서 7.5㎏, 10㎏ 단위 포장은 지양하고 3~5㎏ 중심의 소포장을 중심으로 출하시킨 게 소비지에서 적체현상이 없이 소비량이 증가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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