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晩秋/東韻 (만추/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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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南軒 金粲洽(작시 남헌 김찬흡)

靑女丹粧後 청녀단장후 청녀가 단장하고 나니/

增增萬葉紅 증증만엽홍 모든 이파리 점점 붉어가네/

壽星眞面目 수성진면목 남극성(수성) 진면목 볼려니/

銀漢庶幾通 은한서기통 은하수로 거의 통하네/

名勝曾聞處 명승증문처 일찍이 명승지로 소문난 곳들/

今望楓岳叢 금망풍악총 지금 바라보는 곳이 모두 금강산이네/

挑李春節樂 도리춘절락 복숭아 자두는 봄을 즐기지만/

松竹千年窮 송죽천년궁 송죽은 천년이나 무궁하네/

■주요 어휘

▲晩秋(만추)=늦가을 ▲靑女(청녀)=서리 눈을 내리게 한다는 여신, 서리의 별칭 ▲增增(증증)=수효가 많은 모양, 늘인 뒤에 또 더 늘임 ▲壽星(수성)=남극성, 노인성 ▲銀漢(은한)=은하수, 미리내 ▲庶幾(서기)=바라건대, 거의 ▲楓岳(풍악)=가을의 금강산

■해설

한 해 사시사철 가운데 뭐라고 해도 가을이 최고다. 우선 시심(詩心)을 울리고 다정다감한 온갖 삼라만상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바람이 스쳐가도 구름 모습이 달라지고 불빛마저 내 심금을 두드린다. 그러기에 시인묵객들은 가을을 많이 읊조리며 스스로 마음을 가늠질 해 본다. 이태백이 바라보던 둥근 달도 가을에는 더욱 둥글게 더 쓸쓸히 비추었으리니, 하늘의 미리내도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새로운 다리를 놓고 싶었겠지!

이제 필자도 황혼의 가을을 가늠하며 생의 무상(無常)을 되씹고 만추(晩秋)를 읊조려 보는 것이다. 하얀 머리 발은 서리가 내린지 이미 오래고, 절뚝발이 발을 하나하나 옮겨가며 죽자 하니 그것마저 어렵소. 거울에 내 얼굴 비춰보니 너무나 처량해 시들시들하나, 송죽(松竹)의 꼿꼿함을 비수처럼 간직하며 길이 천년을 살리라. <해설 남헌 김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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