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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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주민투표는 주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과도한 부담을 줄 때 직접 투표로 정책을 결정하도록 한 제도다. 2004년 7월 주민투표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묻기 위해 2005년 7월 27일 제주에서 주민투표가 처음 실시됐다.

4개 시·군을 폐지해 하나의 광역단체로 단일화하되, 그 밑에 2개 행정시를 두는 ‘혁신안’과 4개 시·군을 유지하는 ‘점진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혁신안과 점진안이라는 작명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 공무원과 관변단체가 혁신안 홍보에 열을 올렸고, 표를 유도하기도 했다. 당시 김영훈 제주시장은 “혁신안은 혁신적이지 않고, 점진안은 안(案)도 아닌데 선택하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투표 결과, 도내 만 19세 이상 총유권자의 36.7%(14만7656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유효 투표수의 57%(8만2919명)가 혁신안을 지지했다. 현행 체제 유지의 점진안은 43%(6만2469명)가 선택했다.

투표율은 3분의 1(33.3%)이 넘었지만 낮은 투표율(36.7%)로 주민대표성은 반영됐는지 논쟁이 일었다.

그럼에도 이 투표로 정부가 구상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7월 1일 탄생했다. 1946년 설치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은 현판을 떼 내고 군기(郡旗)를 내리면서 60년 역사를 마감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투표도 2009년 8월 제주에서 처음 실시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당시 김태환 지사의 거취를 묻는 투표가 진행됐다.

전체 유권자 41만9504명 중 11%(4만6076명)만 투표해 주민소환투표는 바로 부결됐다. 관련 법상 투표율이 33.3%에 미달되면 개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을 보면 김 지사의 개인 비리나 부정이 아닌 국책 사업인 제주해군기지 추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소환본부 측은 투표 방해와 관권 개입을 제기했다. 이들은 투표 참여=지사 불신, 투표 불참=지사 지지라는 공식이 전파돼 당사자 측은 최대한 투표율을 낮추려는 전략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14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와 행정 권역을 ▲제주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4개로 재조정하는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전격 수용했다.

오는 12월 3일 제주도의회에 동의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4개의 시청과 4명의 행정시장을 두는 권고안에 반해, 일부 의원들은 기초의회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을 직접 선출해도 인사권과 예산편성·집행권이 없는 한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사안을 최종 결정할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놓고도 의회에서 말이 무성하다. 시장 직선제는 원 지사가 가진 권한을 내려놓는 일인데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발언은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를 한다고 했으면 하면 되지,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국가사무(시장 직선제)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과 투표비용에 직간접적으로 120억원이 소요되는 것을 왜 부각시키느냐는 질책도 나왔다. 그래서 찬반으로 갈지, 대안도 제시해야할지 등 투표 안건 선정부터 고민에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도민들이 직접 선택을 하는 주민투표를 한다면 결정은 존중하되, 그 과정은 모두에게 떳떳해야한다. 주민투표가 후회의 대상이 되거나 부끄러운 선택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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