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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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정진규 시인이 쓴 시 ‘눈물’에서 치매를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라 했고, 시인 황지우는 ‘영혼의 정전(停電)’이라 표현했다.

그 증상은 초·중·말기로 나눈다. 초기는 물건이나 단어, 약속 등을 자주 잊어버리는 정도로 분류한다. 중기가 되면 계산이나 가전제품 조작을 제대로 못하고 화장실 이용도 서툴다. 말기로 악화되면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다. 식사나 목욕 등 수발이 전쟁과 다름없는 시기다.

그래서 치매에도 ‘예쁜 치매’와 ‘미운 치매’가 있다고 한다. 대소변도 못 가릴 정도로 주위를 괴롭히는 게 미운 치매란다. 인지기능은 좀 떨어져도 감정 조절이 잘 되는 건 예쁜 치매라는 것이다. 치매가 어찌 예쁠까마는 뇌를 활성화하고 감정을 잘 조절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모양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한다. 중앙치매센터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올해 76만명을 웃돈다고 추계했다. 2030년에는 127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 한다.

특히나 치매환자 실종 신고가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실종 신고는 2013년 7983건에서 2015년 9046건, 2017년 1만308건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1만명 선을 뛰어넘었다.

실종자 대부분은 몇 시간 안에 가족 품에 돌아갔지만 작년 한 해만 총 104명이 집에 돌아오지 못한 채 집 밖을 헤매다가 숨졌다. 사나흘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오는 셈이다. 예방책으로 ‘배회감지기’가 보급되고 있긴 하나 이용자는 백에 한두 명뿐이다.

▲몸이 멀쩡한 병 치고는 너무 가혹한 게 치매다. 낫는다는 기약 없이 자꾸 낯선 행동을 하는 부모를 보는 자식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돈과 인내를 바닥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치매환자와 가족에게는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정부가 국민 부담을 덜겠다며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 환자 수는 아직도 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심각한 건 치매환자 증가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거다. 건강보험공단 집계 결과 한 해 평균 4만505명씩, 하루 111명꼴로 신규 환자가 생긴다고 한다. 치매가 더 이상 남의 집 일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문제가 될 거라는 예고가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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