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통안전과 노랑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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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前 백록초등학교장·동화작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보면 안타깝다. 특히 피해자가 어린이일 때, 등교나 하굣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보도를 보면 지켜주지 못한 자책으로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운전자의 부주의나 음주운전, 자동차의 차체 결함, 과속운전, 운전미숙, 졸음운전, 무단횡단, 급발진 등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음주운전으로 사상자가 생겼을 때는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야만적이지만 탈리오형벌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쟁보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많다니 자동차는 가장 위험한 무기인 셈이다.

등굣길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뿐만 아니라, 녹색어머니회, 모범 운전자회, 경로당 어른, 자원봉사자 등의 어른들이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매일 아침 학교주변에서 볼 수 있다. 그 분들의 노력으로 최근 어린이가 등굣길에 다쳤다는 보도가 자취를 감추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성인 봉사자가 없는 하굣길은 위험천만이다. 부모님이나 교사들이 귀갓길의 안전지도를 잘 하고 있겠지만 순간적인 방심이나 조급함으로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에 옐로카펫이 있다. 건널목의 바닥과 벽에 노란색으로 삼각형을 그려 어린이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대기공간을 만들어주는 옐로카펫은 2015년 국제아동인권센터가 만들었는데, 제주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옐로카펫은 일정한 공간이 필요해서 상가가 많은 시내에서는 설치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노랑깃발은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스마트복지관이 고안한 교통안전 사업이다. 일본 만화책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 한 어린이가 깃발을 들고 도로를 건너는 걸 보고 노랑깃발을 만들 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도 노랑깃발을 들고 도로를 건너가는 제도가 있다. 도로의 양쪽 전봇대에 깃발 보관함을 부착하고 깃발을 꽃아 놓으면 길을 건너는 어린이는 깃발을 들고 건너가서 반대편 보관함에 꽂아놓고 가는 것이다. 손을 들고 건너는 것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제주스마트복지관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도움을 받아 제주지역 88개교에 294개의 깃발보관함을 만들었고, 1800여 개의 노랑깃발을 배치하여 등하교 어린이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돕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교통안전 기관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올라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와 배우고 가서 등하굣길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중한 깃발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난다. 깃발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깃발보관함에 온갖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이솝 우화처럼 장난으로 훼손한 노랑깃발로 인해 교통사고를 막지 못한다면 어린이를 다치게 하고, 생명을 빼앗는 일이 된다. 노랑깃발이 제주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협조해야할 때다. 학교와 교육청, 가정과 사회가 일심으로 어린이안전에 힘쓴다면 교통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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