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과 비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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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범 장군 나가신다 . 오래된 어린이 놀이다. 술래놀이 또는 술래잡기라고도 한다.

술래는 가위, 바위, 로 정한다. 가위, 바위, 보에서 꼴찌 아이는 술래가 된다. 동네 쉼터에는 수령이 삼백년이 된 한 그루의 팽나무가 마을을 수호하고 있다. 술래는 나무에 기대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눈을 가린 채로 열을 세는 동안 아이들은 술래를 혼란시키려고 여기저기서 아직은 아니야, 서로 서로 외치면서 방향 감각을 뒤섞는다. 제 각기 사방으로 몸을 숨긴다. 눈을 감았던 술래가 눈을 뜨고 아이들을 찾아 나선다. 남의 집 부엌에 몸을 숨기기도하고, 보리짚단을 쌓아놓은 곳에 기어들어가기도 하고, 외양간 모퉁이에 소가 서 있는 뒤에 숨어서, 소가 울음소리 낼까 봐 가슴조리기도 했다.

숨 쉬는 것마저 들킬까봐 호흡을 고루며 꼼짝하지 않는다. 술래가 한 사람 한 사람 찾았다, 찾았다,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가슴은 콩알이 되고, 술래가 못보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했다. 그러다 술래가 뒤돌아볼 때는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거린다.

부엌에서, 외양간에서. 찾았다. 마지막 남은 한 아이가 문제였다. 그 아이는 보리짚단으로 쌓은 눌 속에 들어가 자그만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술래도 한참 동안 찾는데 지쳤을까? 어디 숨었어, 너 놔두고 집에 가버린다. 엄포를 내보이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술래는 못 찾겠다고 항복을 선언하고 만다.

결혼 한지 몇 년을 지낸 남편과 아내의 말다툼이 시작되고 있다. 다툼이 원인은 남편의 비상금 숨기기였다. 평소에도 남편은 용돈이 부족하다면서 아내에게 투정을 부려왔다. 아니 당신은 담배도 안 피고 술도 한두 잔으로 족하는 데, 15만원이 부족하다니, 말도 안돼요. 그 돈 어디에 다 쓰고 또 달라고 하는 거예요. 몰래 감추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내는 남편이 용돈을 숨기면서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이 깊어지고 있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을 확인할 수 없어서 기회가 대면 반드시 비상금을 숨긴 장소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해오고 있던 참이었다. 비상금을 숨겨놓은 곳은 어딜까? 집안 이곳저곳 숨길만한 곳은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다가 잠시 숨을 돌린다.

술래잡기에서 찾지 못한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날 그 아이는 6월 따스하게 볕 받는 보리 집 짚단 속에서 그만 잠들고 말았다. 저녁 무렵 잠에서 깨어나 보니, 동네 아이들은 다 집으로 돌아갔고 혼자만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렇지 혼자 두고 다 돌아가다니.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쓸쓸히 집으로 향했다.

그럼 남편의 비상금을 숨긴 것은 어찌 되었을까?

결과는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집안 구석구석 치우던 중 비상금이 발각된 곳은 침대 밑이었다.

아이들의 숨바꼭질은 제 몸을 숨기듯 어른들의 비상금 숨기는 것, 뭣이 다른가?

풀숲은 새들과 곤충들이 몸을 숨기고 있지만, 나무가 알고 바람이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다. 세상 숨겨진 일, 비밀은 언젠가는 밝혀지고 발각되고, 드러나게 된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의미를 강조한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듯, 인과응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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