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시간 65년…무르익는 삶의 미학 '인생 후르츠'
함께한 시간 65년…무르익는 삶의 미학 '인생 후르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쓰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쓰바타 히데코 할머니는 세 살 차다. 결혼해서 65년을 함께 살았고, 2014년 현재 둘의 나이를 더하면 177세다.

히데코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위해 늘 좋은 식자재를 구해 음식을 한다. 편의점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할머니는 평생 '상대방이 좋아야 그 기운이 돌고 돌아 결국 좋은 일이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할머니는 항상 할아버지에게 먼저 의견을 묻는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건 좋은 일이니까 하세요"라고 답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받들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존중하며 평생을 살았다.

6일 개봉하는 일본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는 슈이치 할아버지와 히데코 할머니의 평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렌즈에 담았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슈이치 할아버지는 건축가다. 1951년 도쿄대학 제1공학부를 졸업한 후 우리 토지주택공사라 할 수 있는 일본주택공단에 입사했다.

주택공단 에이스였던 슈이치는 1964년 아이치(愛知)현 고조지(高藏寺) 뉴타운 계획으로 일본 도시계획학회 이시카와 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고조지 뉴타운은 슈이치의 설계와는 정반대로 세워졌다. 마을에 숲을 남기고, 바람길을 만들려던 그의 계획은 개발 논리에 밀려 성냥갑 아파트 숲으로 채워졌다.

울창한 숲이 황무지로 변해버린 광경을 바라보며 청년 슈이치는 조금씩 숲을 되살리겠다고 결심한다.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슈이치와 히데코 부부는 고조지 뉴타운 옆 1넓이의 땅을 사들였다. 슈이치가 직접 두 사람이 살 단층집을 지었고, 나머지 땅에는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꿨다.

그리고 50여년이 흘렀다. 겨우 무릎 높이만 하던 묘목은 어느새 제법 울창한 숲을 이뤘고 텃밭에는 과일 50여종과 채소 70여종이 노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커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생선가게 종업원에게 손수 감사편지를 써 보내고 할머니는 텃밭에서 가꾼 과일과 채소를 이웃에게 나눠주며 여유로운 삶을 산다.

연출을 맡은 후지하라 겐지 감독은 노부부를 만나자마자 '바로 이 사람들이다'라고 확신하며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네 번이나 손편지로 본인의 뜻을 전한 끝에야 20145월 첫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카메라만 보이면 자리를 피하고, 할머니는 촬영 도중 불을 꺼버리는 등 카메라를 너무 신경 쓰지 않아 촬영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에 감독은 고민 끝에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2년간 부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400여개 테이프에 담아냈다.

여기에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 기키 기린이 내레이션을 맡아 깊이를 더했다. 지난 9월 별세한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팬에게는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최근 대한민국은 만혼을 넘어 비혼 사회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는 5.2건에 불과했다. 20126.5건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쌍의 부부가 사라진 것이다.

요즘 젊은이에게 이들의 삶은 고리타분하고 답답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노부부가 60년 넘게 빚어낸 인생의 깊은 맛은 '혼자가 편해'를 외치는 요즘 젊은이에게도 큰 울림으로 전해질 듯하다.' <연합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