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室作之鍾地靈 영실작지종지령 영실을 조판할 때 땅의 영기 다 모여/
一千兵馬圍如屛 일천병마위여병 일천병마 진열하여 병풍같이 둘러섰네/
層層怪石皆殊象 층층괴석개수상 층층이 괴석은 모두가 다른 형상/
谷谷淸泉伴奏聆 곡곡청천반주령 골짝마다 맑은 샘은 반주인양 들이네/
日間頻煩天候変 일간빈번천후변 하루에도 빈번하게 천기가 변하고/
年中泰半霧雲停 연중태반무운정 연중의 태반은 운무가 머무르나/
嵐風大夏心身爽 람풍대하심신상 한여름 산바람은 심신을 맑게 하고/
晴朗景勝悠歲婷 청랑경승유세정 맑은 날 경승이여 유구세월 아름다워/
■주요어휘
▲靈室(영실)=백록담 서남쪽 도순리와 하원리에 걸쳐 있는 해발 1600미터 되는 곳에 있는 경승지 ▲鍾=쇠북 종, 모일 종 ▲屛=병풍 병 ▲聆=들을 령 ▲嵐風(람풍)=산바람 ▲嵐=산바람 람 ▲晴朗(청랑)=주로 맑게 개인 가을 하늘 ▲晴=갤 청 ▲朗=맑게 환할 랑 ▲景勝(경승)=경치가 빼어난 곳 ▲景=볕 경 ▲勝=뛰어날 승 ▲婷=예쁠 정, 예쁘다 정, 아름다운 모양 정
■해설
올해(무술년戊戌年) 여름 더위도 식히고 건강도 챙길 겸해서 영실(靈室)을 등반하였다. 시간이 넉넉하여 서두르지 않고 영실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영실이라는 이름을 어느 누가 작명하였는지는 모르나, 모두가 동감(同感)할 수 있게 지었음에 저절로 감탄하며 영주십경이 생각났다.
영주(瀛洲)는 제주도의 옛 명칭이다. 영주십경은 예로부터 자연 경관이 뛰어난 열 곳의 경승지이다. 현재 전하는 영주십경은 이한우(李漢雨, 1818~1881)가 제주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하여 ‘영주십경(瀛州十景)’이라 이름을 붙이고 시를 지은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한우가 품제(品題)한 영주십경은 성산일출(城山日出), 사봉낙조(沙峰落照), 영구춘화(瀛邱春花: 들넝귀, 지금의 방선문), 정방하폭(正房夏瀑), 귤림추색(橘林秋色: 오현단 남쪽 귤밭), 녹담만설(鹿潭滿雪), 영실기암(靈室奇巖), 산방굴사(山房窟寺), 산포조어(山浦釣漁: 산지포구 낚시풍경), 고수목마(古藪牧馬: 제주 들판의 목장풍경)이다.
그러나 영실은 영주십경 중 으뜸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풍광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청(靑) 자(字) 운(韻)에 칠언율로 한 수 지어보았다. <해설 지산 이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