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본 보호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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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시작부터 허용까지] 2005년 제주특별법 의결되며 사업 본격화
해당 토지 목적 외 사용 따른 토지 반환 소송 문제 등도 감안해 결정
숙의형 공론조사위 '불허 권고안' 부담 해결과 도민 통합 서둘러야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녹지국제병원 전경.
서귀포시 동홍·토평동 일대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내 첫 녹지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날 제주도의 허가 결정이 있기까지 영리병원과 관련한 논란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결정까지=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2년 12월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 부터다.

이를 통해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제주에서는 2005년부터 영리병원 도입 움직임이 시작됐다.

2005년 11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 의결하는 등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과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됐다.

2006년 2월 제주특별법 제정으로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도적인 요건이 만들어지자 같은 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추진됐다.

이후 2008년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을 공론화하며 강하게 추진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1년 1월 우근민 지사 시절에도 영리병원 허용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국회에서도 영리병원이 논란이 되자 제주특별법 개정안에서 영리병원 조항이 삭제됐다.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에서도 영리병원 규제를 완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싼얼병원 대표가 구속된 사실이 드러나며 같은 해 9월 보건복지부는 승인을 불허했다.

이어 2015년 6월 녹지그룹(제주녹지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 승인됐다.

이후 총 사업비 778억원이 투입돼 2017년 8월 녹지국제병원이 준공됐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3명)을 채용하고, 이어 한달 뒤인 8월 28일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17년 11월부터 12월 말까지 네 차례 심의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와 관련해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했고, 올해 2월 제주도에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접수됐다. 이후 숙의형 공론조사가 진행됐고, 반대 의견이 58.9%가 나옴에 따라 지난 10월 4일 ‘불허 권고안’이 제출됐다.

공론조사위원회는 불허를 권고하면서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의 전체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조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도 차원에서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허 권고안 왜 뒤집혔나=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지사는 5일 ‘조건부 개설 허가’를 공식 발표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도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비난은 달게 받고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특히 지역경제 문제 이외의 구체적인 허가 사유로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인 결과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직원(134명)들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 등을 제시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 권고 결정 이후 최종 결정을 위해 사업자인 녹지국제병원측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원 지사는 지난 3일 녹지국제병원을 직접 방문해 VIP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까지 꼼꼼하게 둘러봤고, 현재의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에는 활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과 채용 직원들도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을 위해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한 것이 원 지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의 개설 허가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5일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개원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청 진입을 시도, 경비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5일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개원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청 진입을 시도, 경비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반발여론 확산…논란 불가피=녹지국제병원 허용에 따른 반발여론이 확산되며 논란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내 30개 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등은 이날 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리병원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원희룡 도지사의 영리병원 허용 강행은 숙의 민주주의를 거치며 만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로 규정한다”며 “공공의료체계를 완전히 붕괴시켜 국민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선봉장 역할을 원 지사가 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도내 정치권도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영리병원을 허용한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버렸다”며 “결코 도민의 심판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보도자료를 통해 “도민보다 외국투자자본을 우선하는 원희룡 도지사는 도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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