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현택훈
‘오후 세 시, 햇빛이 목을 걸고 있다./너무 깨끗해서 아슬아슬한 선창에.//기억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비명으로 닦아 투명하다./붉은 눈빛의 지문은 노랫소리에 지워지고,/간혹 집으로 가는 길이 주저앉는 여기.//유리창 너머는 언제 푸르고,/전망 좋은 방이 유리창을 다시 더럽힌다//….//’(시 ‘유리의 세계’ 중)
현택훈 시인이 5년 여 만에 세 번째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를 펴냈다. 시집은 시인이 거주하는 제주 곳곳을 표현함으로써 익숙한 제주 풍경, 외지인으로서 제주에 대한 무의식적 열망, 제주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시 쓰기를 통해 그저 시인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일반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을 제목을 통해 시인이면서 동시에 일상을 지속해야 하는 자의 기록이란 걸 보여준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시선이란 걸 그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또 제주의 평범한 일 상 속 제주의 아픈 속살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말을 하 듯 덤덤한 어조가 독자들 마음 속 깊이 머무른다.
제주출신인 그는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레’와 음악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지용신인문학상, 4·3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시집 전문 서접인 ‘시옷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걷는사람 시인선,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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