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만든 예술영화…소박하게 포장된 걸작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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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OTT(OVER THE TOP·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철저히 상업성을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오락성 강한 콘텐츠로 미디어 시장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넷플릭스가 편견을 깨부수고 예술영화 '로마'를 선보였다. 마치 '우리도 이런 작품을 만든다'며 무력시위를 펼치는 듯하다.

넷플릭스가 손잡은 연출가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연출하고 '그래비티'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쿠아론 감독과 넷플릭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전 세계 미디어 업계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로마'는 지난 9월 제75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45회 텔루라이드 영화제, 56회 뉴욕영화제, 29회 뉴올리언스 영화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로마'는 감독의 사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다. 쿠아론 감독은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멕시코시티로 돌아가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힘을 얻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1971년 우익무장단체 로스 알코네스가 120여명을 살해한 '성체 축일 대학살'을 배경으로 멕시코의 '로마'(Colonia Roma)라는 지역에 사는 한 가족과 하녀 '클레오'에게 초점을 맞춘다.

클레오는 쿠아론 감독의 유년 시절 가정부 '리보 로드리게스'를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다. 클레오 역을 맡은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이지만 비운의 인물 클레오 역을 담담하게 소화해낸다.

클레오는 네 자녀를 둔 소피아 집에서 가정부로 일한다. 단란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국을 맞이한다. 소피아 남편은 가정을 버리고 애인과 여행을 떠난다.

클레오 역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는다. 아이까지 가졌지만 남자친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떠나버린다.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가지만 남자친구는 "내 아이일 리가 없다"며 욕지거리를 쏟아붓는다.

이렇듯 영화는 남성을 못난 존재로 묘사한다. 반면 남성에게 버림받은 두 여성은 서로에게 기대며 자립에 나선다. 불행이 겹칠지라도 가족이 의지하고 뭉친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감독은 속삭인다.'

요즘 상업영화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세트나 화려한 CG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히 카메라를 들이댄 듯하지만, 쿠아론 감독은 철저한 계산을 통해 미장센을 완성했다.

가족의 집은 실제 쿠아론 감독 가족의 물건으로 채웠다. 의상팀은 감독의 가족사진을 보고 가족이 입던 옷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 아니라 그가 기르던 강아지와 똑같이 생긴 반려견을 구했다.

아울러 밀도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전 방향으로 소리 이동을 표현할 수 있는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했다. 쿠아론 감독은 "비주얼로 우리는 전경, 중경, 후경을 보게 된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이런 층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만, 작품 완성도를 떠나서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의 힘겨루기는 이번에도 재현되는 모습이다.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3사는 지난해 6월 넷플릭스 영화 '옥자' 개봉 때와 마찬가지로 '로마'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12일부터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 전국 40여개 관에서만 '로마'를 상영하고 14일부터는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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