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月時何易序流 일월시하역서유 해와 달이 얼마나 흘렀나 절기는 바뀌고/
追情奉慕益深尤 추정봉모익심우 추모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가는데/
今倘反顧平生傅 금당반고평생부 우리 스승님 한 평생을 돌이켜보면/
墨跡其芳遺德休 묵적기방유덕휴 먹 자취의 향기에 덕업을 남기셨네/
當死之意咸困苦 당사지의함곤고 죽기로써 온갖 간난을 함께 하며/
惟形筆法硏書修 유형필법연서수 붓글씨 연마하여 참 필법 드러내셨지/
湖徒克謹稱疑神 호도극근칭의신 호남제자들 극진히 신인이라 칭하는데/
忽敬鄕人慢易留 홀경향인만이류 향인들은 소홀히 그냥 머무르신 줄 안다네/
■주요 어휘
▲ 德休(덕휴)= 休德과 같음. 아름다운 덕행 ▲ 易序流(역서류)= 계절의 차례가 바꿔짐. 세월의 흐름 ▲ 今倘, 今儻(금당)= 만일, 혹시, 적어도 ▲ 反顧(반고)= 돌이켜 생각함 ▲ 當死(당사)= 죽음에 당함 ▲ 湖徒(호도)= 호남지방의 제자 ▲ 慢易(만이)= 낮춰보아 업신여김
■해설
지난 12월 3일은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 1907~1997) 선생의 기일이었다. 소묵회 회원들은 성묘를 다녀오긴 했지만, 정작 소암기념관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해마다 하던 추모전이나 추모행사를 없애버렸다. 기일인데도 덤덤하게 넘어가는 당국의 처사가 섭섭하고 가슴이 아팠다.
다행히 한 대(代)를 거른 호남의 손(孫)제자들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제21주기 소암현중화선생추모사승전(師承展) 11.29~12.5>을 열었고 이날 추모식을 올려 주었다. 호남과 서울의 대가들이 전시관에 가득 참여한 가운데 소암 선생을 추모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눈물겨운 감동을 주었다.
소암 선생이 태평양전쟁 전후(前後) 타관에서 붓글에만 몰입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추모한 시이다. “소암 선생이 그냥 다녀가신 분이 아니네.” 청탄 김광추(聽灘 金光秋 1905~1983) 선생의 말씀이었다. <해설 귀지헌 김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