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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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실력이 없으면 배경이라도 있어야지, 실력도 배경도 없는 것은 죄악이다.

권력자나 돈 많은 자가 깜냥도 안 되는 자식을 앞세우면, 뒤에 숨어 시기하고 욕하지만, 막상 그들 앞에 서면, 마치 개가 주인을 보며 꼬리를 살랑거리듯 아부하기 바쁘다.

실력은 문제되지 않는다. 단지 모시는 주군이 권력을 잡고, 그의 총애를 받으면 출세한다. 그래서 주군의 총애를 구걸하며, 출세의 길을 찾아 헤맨다.

어떤 이는 공직에 나아가는 자식에게 “너는 누구의 사람이 되지 말라”고 하였다고 한다.

누구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 총애를 받는다는 말이고,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가 그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그를 무시하거나 노예 정도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주군을 잘 모시려거든, 자기의 생각을 버리고, 오직 주군의 생각대로 사고하고, 그가 시키는 일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동에 옮기는 노예가 아니고서야 그의 사람이 될 수 없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과연 실력이 있고 배알이 있는 사람이 그런 길을 갈까? 오직 실력도 없는 주제에, 사람들에게 군림하는 자리에 서고 싶은 사람만이, 그들의 나팔수가 되기를 자처할 것이니, 이런 무리를 간신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아부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친※, ※사모’ 등이 되어, 열심히 누구의 사람을 자처한 결과, 의원나리가 되거나, 그러그러한 높은 자리를 꿰어 차는 것을 보고, “좀 비굴하면 어때, 저 자리에 오를 수만 있다면…”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는 않았는가? 그렇지만 기회가 없어서 그 자리에 나서지 못하였기 때문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욕하고 뒷담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주군을 모시더라도 그 주군이 훌륭한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열심히 봉사하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가까이 모시면서 그 분의 인품을 배우려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 분에게 훈습되어 훌륭한 인품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자리에 앉아 우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가?

폭군 걸왕의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향하여 짖는다. 그릇되어 짖는 것이 아니다.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짖는 것이다.

우리는 개의 이러한 속성을 주인에게 충성한다고 칭송한다.

인간도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의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 따위 의리는 조폭들에게나 있는 것이다. 주군이 잘못하면 주군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주군과 함께 추앙받을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개들이 몰려와 짖는다. 처음에는 가장 겁이 많은 놈이 짖지만, 나중에는 영문도 모르면서 다른 놈들도 덩달아 짖는다.

웃기는 건, 시작은 사람을 보고 짖었지만, 나중에는 대상도 없이 허공에 대고 짖다가, 결국에는 저들끼리 보고 짖는다. 뭇 개들의 소리 때문에 마을 전체가 시끄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겁 많은 한 마리가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아부하는 자, 아부하는 자의 아부를 의리라고 생각하며 그를 총애하는 자, 저들이 나라와 사회를 망친다. 그러나 힘이 없어 그저 쳐다만 본다. 말없는 뭇 정직한 사람들이 묵묵히 자기 길을 가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변하겠지….

개가 짖을 때에는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얼마 후 쉰 소리를 내다가 지쳐 그나마도 소리가 나지 않으면 짖기를 멈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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