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베푼 어사 박문수
온정 베푼 어사 박문수
  • 제주신보
  • 승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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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옛날 어사 박문수가 거지꼴로 이 고을 저 고을 돌아다니며 민정을 살피고 탐관오리들을 벌주던 때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 들었는데 방에 웬 거지가 큰 대자로 누워 있었다. “여보시오. 댁은 저녁밥을 드셨수?” “아 돈이 있어야 밥을 사먹지요.” 어사 박문수는 밥을 한 상 시켜다 주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상 더 얻어먹고 나서 거지는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댁도 거지고 나도 거진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같이 다니면서 빌어먹는 게 어떻소?” 박문수도 영락없는 거지꼴이니 그런 말 할 만도하다. “그렇게 합시다.” 그래서 그날부터 둘은 같이 다녔다.

큰 동네로 들어서니 소나기가 막 쏟아졌다. 그러자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지금 이 댁 식구 세 사람 목숨이 위태롭게 됐으니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지금 당장 마당에 멍석 깔고 머리 풀고 곡을 하시오.” 안 그러면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했다.

그때 이 집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에 나무 베러 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이 아흔이라 미리 관목이나 장만하려고 간 것이다. 나무를 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자 비를 피한다고 큰 바위 밑에 들어섰다. 그 때 저 아래서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들려왔다. “이크 우리 어머니가 들아 가셨나 보다. 얘들아 어서 가자.” 머슴 둘을 데리고 내려오는데 위에서 바위가 쿵하고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모면하고 내려온 남편은 전후 사정을 듣고 거지에게 절을 했다. “우리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내 재산을 다 달라고 해도 내 놓으리다” “아 정 그러시다면 돈 일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돈 백냥을 받았다. 받아서는 대뜸 박문수에게 “이거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 데가 있을 거요.” 박문수가 보니 거지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서 어느 집에 7대 독자 귀한 아들이 병이 들어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거지가 약을 써서 아이가 말짱해졌다. 주인이 그만 감복해서 돈 백냥을 주니 받아 가지고는 다시 박문수에게 주었다. “잘 간수해 두오. 쓸 데가 있을 거요” 또 며칠을 가다가 보니 큰 산 밑에서 장사 지내는 것 같았다. 거지는 “여기 송장도 없는데 무슨 짓을 해요?” 이때 일꾼들이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방금 묻은 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가 천하 명당인데 지금 묻혀 있는 곳에 무덤을 쓰면 복 받을 거요.” 그래서 또 돈 백냥을 받아 박뮨수에게 주었다. “이것도 잘 간수해 두시오. 쓸 데가 있을 거요.”

그러고 나서 거지는 산중에서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만 헤어져야 되겠소.” “아 이 산중에서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오?” “염려 말고 이 길로 쭉 올라가시오” 했다. 고갯길을 올라가니 장승 하나가 떡 버티고 서 있는데 그 앞에서 처녀가 물 한 그릇을 놓고 빌고 있었다. 처녀는 “저의 아버지가 관청에 아전인데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 버렸습니다. 내일까지 삼백 냥을 관에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을 벤다고 해서 백일 정성을 드리는 중입니다.” 박문수는 삼백냥을 떠올리며 이를 두고 한 말이구나 생각했다. 돈 삼백냥을 처녀한테 주어 아버지 목숨을 구해 주었다. 암행어사 박문수에게는 하늘이 도왔는지 일생을 진실되게 살았을 뿐만 아니라 암행어사로서의 임무를 정직하게 잘 수행함으로써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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