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달랐던 이재수와 오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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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질풍지경초 판탕식성신(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

‘거센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임을 알 수 있고, 나라가 어지러워야 충신을 구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 태종이 충직했던 신하 소우에게 내려준 시의 한 구절이다.

억세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풀이 모진 풍파에도 살아남듯이 혼란스러운 시기가 닥치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지난 11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발인을 마치고 영면했다.

기무사령관 재직 시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은 기각됐지만 그는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서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군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유·무죄를 떠나 그의 투신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강릉역 KTX 탈선 사고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열차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코레일 전반의 기강 해이와 경영진의 무능을 질책하는 거센 여론 때문이지만 국회 국토교통위 출석을 한 시간 앞두고 돌연 사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연이은 철도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특히 강릉역 KTX 열차 탈선 사고의 원인을 ‘한파 탓’이라고 했다가 ‘선로전환기 코드가 잘못 꽂혔다’는 등 비전문성을 드러내며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한 전 정권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탓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날 두 인물의 극명한 대비는 씁쓸함까지 더해준다.

우선 한 사람은 전 정권의 기무사령관 출신으로 적폐청산 대상이고, 다른 한 사람은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 사장이 된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적폐청산 대상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고 한 반면 낙하산 인사는 날씨 탓을 하다가 모든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릴 뿐이었다. 세상은 어찌 이 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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