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롭다’ 판매자 인식 깨고 공감대 확대 요구
번개탄을 통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판매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주지역 판매점들에서 공감대가 떨어지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민 A씨(29)는 최근 제주시지역 한 마트에서 번개탄을 손쉽게 구입했다. 마트 직원에게 진열된 곳을 묻자 스스럼없이 위치를 알려줬고, 계산을 하면서도 구매 사유를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번개탄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생각나 구매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평소와 동일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월 제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A씨(33·여)와 숨진 딸 B양(3)이 투숙했던 숙소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나왔다. A씨는 전날 숙소 주변 마트에서 번개탄과 함께 발화도구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쉬운 번개탄 구매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선을 위한 노력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난 8월 업무협약(MOU)를 맺고 마트 내에 번개탄을 ‘비진열’하고 구매자에게 “어디에 사용할 거냐?”고 묻는 판매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고 번거롭기 때문에 제주지역 350여개 판매점에서는 공감대가 떨어져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고 있다.
12일 제주도 수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자살예방센터에서 협조를 요청해 지난 5월 조합원들에게 번개탄 판매방법 개선을 공지했다”며 “하지만 규모가 있는 중·대형마트를 제외하고 번개탄 판매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 10월부터 번개탄 판매방법 개선을 위해 제주지역 마트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제주지역 10개 마트와 협약을 맺어 판매방법을 바꿨으며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마트 측에서 판매방법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기 위해 공감대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