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차이지만 몽돌의 꿈은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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㉑도두봉(上)
먼 수평선에는 관탈섬과 추자도가 선명하게 보이고
하늘엔 사람의 꿈과 희망 싣고 나는 여객기 줄이어
저무는 한 해, 바람난장 가족들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도두봉에 올랐다. 수평선 너머에 관탈섬과 추자도를 배경으로 하고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도들오름 위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의 난장을 펼쳤다.
저무는 한 해, 바람난장 가족들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도두봉에 올랐다. 수평선 너머에 관탈섬과 추자도를 배경으로 하고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도들오름 위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의 난장을 펼쳤다.

부추꽃

-고해자

 

바닷가 텃밭에 든 밀물녘 파도처럼

한 무리 부추꽃이

하얗게 부서진다

조가비 빈 껍질 같은

스레트집 기울듯이

 

멈칫, 멈칫대던 비행기도 보내놓고

제주시 알작지왓

굴러왔다 굴러가는

새까만 몽돌들 같은

저 하늘의 풋별들

 

어느 날 일자리를 박차고 나온 아들 녀석

이제 또 어느 땅을

굴러가고 굴러갈까

간간이 집어등 몇 채

끌고 가는 수평선

 

흥겨운 오카리나와 고운 음색의 팬플루트로 늘 바람난장 가족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서란영 연주가. 이번에는 12월에 걸맞는 ‘눈이 내리네’와 ‘창밖을 보라’ 등을 연주했다.
흥겨운 오카리나와 고운 음색의 팬플루트로 늘 바람난장 가족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서란영 연주가. 이번에는 12월에 걸맞는 ‘눈이 내리네’와 ‘창밖을 보라’ 등을 연주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도두봉에 오른다. 제주공항에서 가깝고 바다가 보이는 오름이다. 도두봉 남사면 기슭에 있는 장안사를 지나 솔향기 짙은 숲길을 십 여분쯤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 발을 딛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탁 트인 바다, 몽환적인 구름을 품은 하늘, 장엄한 한라산, 제주 시내 전경과 비행기의 이착륙하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차가운 날씨에 손발은 시렸지만 난장 식구를 만나니 마음은 따뜻해진다.

도두봉은 도들오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오름 형태가 바다를 배경으로 도드라진 모습을 띠고 있어 섬의 머리, 도두봉이라 불린다. 먼 수평선에는 관탈섬과 추자도가 선명하게 보이고 흰 구름은 첫눈 내린 한라산을 감싸 안고 있다. 청청바다의 기운과 한라산 정기精氣가 내려와 어우러진 신비로운 풍경에 매료된다. 긴 호흡을 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 이렇듯 대자연의 품에 안기면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청정한 기운으로 마음을 씻는다.

 

정민자와 강상훈 연극인 부부가 시낭송을 펼친다. 고해자의 시 ‘부추꽃’이다. 파도를 응시하며 하얗게 핀 부추꽃을 연상한 감성을 살려 시를 낭송하니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정민자와 강상훈 연극인 부부가 시낭송을 펼친다. 고해자의 시 ‘부추꽃’이다. 파도를 응시하며 하얗게 핀 부추꽃을 연상한 감성을 살려 시를 낭송하니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도두봉 정상에서 바람난장을 펼친다. 김정희 사회자가 참석한 번역가 김석희, 소설가 강용준, 바람난장 대표 김해곤을 비롯하여 출연진을 소개하며 문을 연다.

연극인 정민자가 고해자의 시 ‘부추꽃’을 낭송한다. ‘바닷가 텃밭에 든 밀물녘 파도처럼/한 무리 부추꽃이/하얗게 부서진다 (…) 굴러왔다 굴러가는/새까만 몽돌들 같은/저 하늘의 풋별들’ 난장 회원인 고해자 시인이 밀려오는 파도를 응시하면서 하얗게 핀 부추꽃을 연상한 감성이 돋보인다.

이어서 연주가 서란영이 팬플룻으로 ‘눈이 내리네’와 ‘사랑이여’를, 오카리나로 ‘창밖을 보라’를 연주한다. 애잔한 음률은 함박눈 내리는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사랑이여’는 언제 들어도 따뜻하다. ‘창밖을 보라’ 흥겨운 오카리나 연주에 겨울날 시린 심신들이 데워지는 듯하다.

 

장은 무용수가 나비 형상의 소품을 들고 나와 큰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춤사위를 펼친다. 그의 춤 ‘상사몽’이다. 염원과 소망이 가득 담겨 바람결에 실려 날라가고 있다.
장은 무용수가 나비 형상의 소품을 들고 나와 큰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춤사위를 펼친다. 그의 춤 ‘상사몽’이다. 염원과 소망이 가득 담겨 바람결에 실려 날라가고 있다.

무용수 장은이 나비 형상의 소품을 두 손에 들고 사뿐사뿐 걸어나와 ‘상사몽’을 춘다. 망망대해는 수려한 무대가 되고, 무용수는 도두봉 정상에서 큰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며 춤사위를 펼친다. ‘상사몽’ 음률에 맞춰 흐르는 무용수 춤사위에 바닷바람도 실려 신명 난다. 무용수는 하얀 비단 수건을 펼치며 바람결에 찾아온 임을 정중히 맞이한다. 멀고도 아득한 임이 아니라, 임은 언제 어디서나 내 곁에서 보살펴 주신다. 춤 ‘상사몽’의 염원과 우리의 소망은 바람결에 실려 온 누리로 퍼져나간다. 이 땅에 사랑과 평화가 영원하리라.

 

하늘엔 여객기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싣고 날아가고 날아든다. 수평선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춤도 은빛 물결로 남는다.

-하편에 계속됩니다.

글=현정희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사회=김정희

시낭송=정민자, 강상훈, 이혜정, 이정아

무용=장은

음악=서란영, 황경수, 이관홍

음악 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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