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를 보내며
다시 한 해를 보내며
  • 제주신보
  • 승인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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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연말이다.

올해는 일상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연말이 되니 아쉬움만 남는다. 일상을 즐기며 사는 게 말이나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서다. 일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야 가능한데 그 일이란 게 삶에 흥을 돋우기보다는 힘에 부치거나 지겨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이제는 직장의 일보다는 집안의 가사나 육아가 무가치하거나 힘든 노동으로 여긴다.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의 하나다. 그렇다고 고고한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남의 삶을 흉내 내거나 시류에 휩쓸려 사는 게 고작이다.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하위징아(Huizinga)는 그의 저서 ‘놀이하는 인간’에서 “인간의 자발적 행위가 전제된 놀이는 수단과 목적이 결합되어 있기에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그러니 놀이처럼 삶을 살 수만 있다면 매사에 놀라운 집중력과 창의성까지 발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먼지가 나든 옷이 더럽혀지든 상관치 않고 진흙을 으깨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아이들에게는 진흙놀이가 수단이면서 목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흙으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누가 시키는 일이라면 노동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일상도 아이들의 놀이처럼 오직 일 자체에 빠져 살 수만 있다면 일상을 행복으로 채울 수도 있다.

올 한 해의 우리의 삶이 다짐처럼 행복하지 못했던 것도 일상을 즐기지 못한 때문이다. 일상의 행위들이 수단이면서 목적이라면 놀이처럼 기쁨으로 충만할 텐데 현재의 행위들이 무엇인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고단한 노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은 두 가지 의미로, 혹은 두 가지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놀이에서처럼 그 자체로 향유되고 긍정되는 일상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의 경우처럼 미래를 위해 소비되어야 하고 견뎌야 하는 일상이다. 우리의 삶이 즐겁고 행복해지려면 놀이처럼 향유되고 긍정되는 일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놀이처럼 향유되고 긍정되는 일상을 외면하고, 주위 평판이나 경제적인 이득 때문에 대부분 힘든 노동을 선택한다. 그러니 임금을 받아도 순간의 행복일 뿐 일상의 삶은 행복하지 않는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나 가사에서 놀이의 즐거움과 창조성을 되찾아야만 한다. 거기에 더하여 부수적으로 틈틈이 즐길 수 있는 간식거리 같은 취미 활동을 보탠다면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행복일 수도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맥락이지만 몰입이라는 관점에서 행복을 봐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해야 할 일을 즐기면서 과정도 결과도 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몰입하면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즐거운 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도전으로 이루어진다. 부담스러운 그 도전들을 가장 유익하고 행복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마술 같은 몰입의 힘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한 삶은 더도 덜도 아닌 놀이에 몰입하듯 사는 삶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매사를 놀이처럼 몰입하며 행복으로 충만한 삶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