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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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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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얼마 전 미국에서 거금 8570억원의 행운을 거머쥘 파워볼 복권당첨자가 2명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앞으로 이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 ‘복권’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인생역전(人生逆戰)이다.

사람들은 부(富)를 갈망하며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실도피 심리로 복권을 구입하게 된다. 궁핍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과 신분 상승에의 기대감을 갖고 복권을 산다. 복권과 인생역전의 등식은 부를 갈구하는 인생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장래의 기댓값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우연을 노린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복권구입은 빈곤 탈출을 위한 경제적 이유지만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꿈을 꾸듯 복권이 당첨되어 백만장자가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자가당착적 여유심리를 가질 수 있다. 복권을 구입하는 연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순수한 노력의 대가가 아닌 일확천금을 노리는 막연한 심리작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손쉬운 방법에 기대는 일확천금의 꿈은 사행심리(射倖心理)임에 틀림없다. 사행성은 인간의 허황된 꿈과 끝없는 욕망에 기인한다. 그 기대심리는 또 한 번의 기대와 실패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성과 중독성을 내포한다. 이 순간에도 인생역전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은 작은 희망과 기대감으로 복권을 사고 있겠지. 이러한 기대심리는 심연(深淵)에 허덕이는 고달픈 서민층에 많이 잠재되어 있을 터.

복권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오늘날에는 네덜란드, 미국 등 100여개 국가에서 발행하고 있다. 복권수익금은 의료·복지, 체육·교육, 문화관광 등의 공익 사업에 충당된다. 우리나라 복권은 1947년 올림픽후원권 발행을 효시로 정부에서 후생복표·애국복권 등 몇 차례 발행되었으나 지속성은 없었다.

1969년 국민주택기금 조성을 위해 발행한 주택복권의 등장으로 정기발행복권 시대가 열렸다. 본격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관광개발 사업비를 마련키 위해 관광복권을 발행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지방에서도 공익재원 마련을 위해 자치복권을 발행하기에 이른다. 기술복권·기업복권·녹색복권 등이 발행되면서 바야흐로 복권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공익을 최대가치로 하는 행정기관이 사행성 복권을 경쟁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옳은가. 행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모순된다. 복권의 본질인 사행성을 어떻게 공익과 조화시키느냐가 문제된다. 문제의 해결은 복권기금을 공익 사업에 투자하여 합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복권수익금의 합리적 배분과 투명한 사용을 통해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제정되었다. 복권발행기관을 복권위원회로 단일화하고, 복권발행 개별근거를 폐지하여 이 법에 일원화했다. 복권의 종류도 추첨·즉석식 인쇄, 전자복권, 온라인복권, 혼합복권 등 6가지로 조정했다.

사행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복권기금이지만 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공익 사업에 투자된다. 저소득층 주거안정 지원,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복지 사업, 문화·예술 진흥 사업 등에 투자된다. 복권의 사행성을 주민의 복지 증진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사(公私)가 혼재된 조성행정의 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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