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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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Merdeka Cup), 태국의 킹스컵(King’s Cup), 대한민국의 박스컵(Park’s Cup). 1970년대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아시아 대표 3대 축구대회다. 베이비붐 (1955~1963) 전후 세대는 지금도 그날의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한다. 이들은 흑백 TV와 라디오 앞에 앉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으로 시작하는 아나운서의 중계 멘트에 전율했다. 메르데카배(盃)로 친숙한 메르데카컵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해 1957년에 창설됐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시아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킹스컵은 태국 국왕이 주관하는 것으로, 1968년에 첫 대회가 열렸다.

▲박스컵의 정식 명칭은 박대통령배 아시아축구대회다. 1970년 방콕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가 우승하자 당시 장덕진 대한축구협회장이 “아시아 규모의 국제 축구대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 밑그림이 됐다. 장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인척이었다. 1971년 창설된 후 제5회까지 참가국이 아시아권으로 한정됐다. 6회부터 남미와 유럽 국가가 참가하면서 박대통령컵 쟁탈 국제축구대회로 바꿨다. 1979년 박 대통령이 시해당한 후 1980년 제10회부터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로 변경해 명맥을 유지하다가 1993년 제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스즈키컵은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간 대회다. 이 지역의 맹주를 가리는 대회라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도 부른다. 1996년 창설 때의 후원사는 싱가포르의 맥주회사인 타이거였다. 그래서 ‘타이거컵’으로 불렸다. 하지만 주류업체는 스폰서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2008년에 일본의 모터사이클회사인 스즈키가 대타로 나섰다. 이 회사는 아예 대회 이름까지 인수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태국 등 아세안에선 모터사이클이 생활필수품인 점을 간파해 뛰어든 것이다.

▲베트남이 10년 만에 스즈키컵을 들어 올리자 국가 전체가 축제장이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베트남의 영웅인 박항서 감독(59)은 국내에서 경남, 전남, 상주에서 감독직을 맡았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베트남 진출 전에는 3부 리그 창원시청 감독이었다. 그가 성공신화를 쓰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것도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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