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보다 독단을 즐기는 제주투자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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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영리병원개설 허가’를 내렸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물론 허가 전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원 불허 권고를 뒤집으면서다. 향후 운영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할 것이고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에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엄포도 뒤따랐다. 이에 병원 측은 사업자 입장을 묵살한 것은 근본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법적 절차에 따른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에 제주도는 애초 사업계획서에서 외국인 병원임을 스스로 규정한 만큼 사업계획서대로 허가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유권해석을 조건부 허가의 근거로 내세워 대응 중이다. 허가조건을 위반할 때는 취소도 불사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개정해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병원 쪽이 억울하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오면 제주도도 이에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여론을 향해서는 이중적으로 투자자가 투자를 완료한 상황에서 불허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복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고려해서 결단했다는 투다.

그럼에도 허가처분 중 특히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언론에서는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고, 현 특별법 등에는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허가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법리적 논란도 증폭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이번 처분 조치가 과연 온당한가?

첫째, 이번 사태가 모처럼 공식경비를 사용하여 이뤄진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결과를 일거에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터졌다는 점에서 그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특히 어떤 경우이든 도정이 공식화시킨 회의체의 결정사항을 존중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법치주의 요체요 위민행정의 기본이었다는 점에서, 미래 개발행정의 정상화를 위한 최상의 방책을 일거에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굳이 개설 허가처분을 하고자 했다면, 무릅쓰고 그 이전에 결단을 드러내 놓고 정도(正道)를 택하는 것이 도백의 옳은 처신이고 상책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절차민주주의는 뭉개버릴 수 있다는 나쁜 선례만 남겼다. 이해할 수 없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조건 등과 같은 ‘부관(附款)’은 원칙적으로 제한 없는 완전한 내용의 처분을 발령하기에 아직 문제가 되는 ‘법적·사실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만 기능한다. 신청 내용대로 발령하면서도 일정한 경미한 부분의 미비된 요건의 완결이나 이행을 내용으로 허가처분에 부가하는 법리다. 즉, 부관은 행정과 신청자 간에 불필요한 시간이나 노력을 절약시키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처분에 드러난 조건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허가처분 또는 처분효과의 일부 배제로 비쳐질 개연성 또한 없지 않다. 송사(訟事)가 뒤따를지 모른다.

셋째, 처분에의 조건 부가는 향후 외부 투자자본에 대한 과도한 규제 논란을 불러올 위험성을 키웠다.

그 결과 명분이나 실리를 얻었다기보다는 온당한 절차적 정당성을 뭉개는 데 일조했다. 공론화보다는 독단이 특별자치도 투자행정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나쁜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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