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Papa)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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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지난 토요일(15일) 밤 국내 방송가에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동남아 축구 경기를 국내 한 공중파 방송이 생중계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아닌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였다. 그것도 주말 황금시간대에 시청률이 보장된 드라마를 빼고 긴급 편성해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의 시청률이 합산 21.9%(지상파 18.1%, 케이블 3.8%)를 기록한 게다. 경이적인 수치다. 그 시간대 TV 보유 5가구 중 1가구 이상이 그 경기를 봤기 때문이다. 거기엔 필자의 집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국내의 많은 축구팬들이 왜 축구 변방인 베트남 경기에 몰입했을까. 물론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덕분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일궈낸 오뚝이 같은 성공신화가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대신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은 게다.

그는 동남아 축구 약체였던 베트남을 단숨에 최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1월 U-23 아시아선수권 준우승과 8~9월 아시안게임 4강에 이어 이번에 ‘동남아 월드컵’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지휘한 거다. 1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기에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이유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스토리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환갑을 앞둔 노장 감독이 역경을 딛고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에 지친 우리사회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박 감독의 성공엔 ‘파파(Papa)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소탈한 외모에 말도 어눌하지만 선수들에겐 마치 아빠처럼 더없이 다정다감하다. 부상당한 선수를 위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준 게 그 예다.

선수들의 등을 다독이는 건 일상사다. 패배 시엔 “최선을 다했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라고 격려하며 용기를 복돋아준다. 선수들은 이런 박 감독을 ‘짜(Cha)’, ‘타이(Thay)’라고 부르며 따른다. 베트남어로 ‘아빠’ 또는 ‘선생’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의 리더십엔 소통과 공감, 배려가 깔려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그러니 성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니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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