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입시부정으로 드러난 일본사회의 차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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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일본 치바대학교 준교수

얼마 전 한국에서는 한 고등학교 교사 자녀의 시험 부정이 논란이 되었다. 교육과 입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한국사회이기에 시험을 둘러싼 부정은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일본사회도 대학 측이 저지른 입시부정으로 인해 연일 국민들의 불신과 지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 대학의 입시부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 7월 문부과학성(문부성·우리 교육부에 해당) 한 관료가 사립대학 지원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자신의 자녀를 한 사립 의과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진상조사가 시작되면서 해당 대학에서는 또 다른 입시부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발단이 된 문제의 의과대학은 100년 전통을 가진 사립대학으로 2011년부터 여성수험생의 점수를 일률적으로 감점하고 남성 수험생을 우대하는 등의 부적절한 점수 조작을 해왔음이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소수이긴 하지만 사수를 하는 수험생에게도 현역 학생에게 주는 가산점을 주지 않는 식의 차별을 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문부성은 모든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입시부정 조사를 실시했고 전국 81개 의과대학 중 10개 대학에서 입시부정이 있었던 사실을 최종 발표했다. 부정항목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은 여성과 재수생에 대한 감점처리로 인한 불합격이었다. 입시부정이 드러난 대학들은 사죄를 하고 작년과 올해 불합격 판정을 받은 100여 명의 수험생들을 내년 입학에 추가 합격시키는 조치를 발표했다. 아울러 불합격 처리된 수험생들에게 응시료를 돌려주는 보상도 발표했다. 하지만 불합격 처리로 인해 그동안 많은 불이익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대학의 뒤늦은 보상은 그야말로 너무나 안일한 조치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일은 점수 조작을 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드러난 일본 대학 관계자들의 차별 의식이다.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부당차별의 이유에 대해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의사를 늘리게 되면 의료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해당 대학 관계자들의 인식이 문제가 됐다. 또 다른 의과대학의 면접에서도 여성의 합격점수 기준을 남자보다 높게 책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이유에 대한 대학 관계자의 변명도 화제가 됐다. 대학 입시를 치르는 연령의 여성은 또래의 남성에 비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성의 면접점수의 기준을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부정은 성차별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었다. 재수, 삼수를 하며 응시했던 수험생도 여성 못지않게 부당한 차별을 받아야 했다. 대학 관계자는 재수를 많이 하는 수험생보다 현역학생이 더 활력이 있고 활동적일 수 있어서 재수 여부와 횟수에 따라 가산점에 차이를 줬다고 설명한다. 이 변명 자체도 납득이 가지 않지만 그 본심에는 연령에 대한 차별의식과 현역학생이 더 우수하다는 편견이 깔려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물론 일본의 모든 대학에 이와 같은 입시부정과 차별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은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를 넘어 한 사회가 제도적으로 얼마나 공정한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재수생보다는 현역학생이 더 우월하다는 편견을 가져서도 안 되겠지만 그 편견으로 인한 차별이 바로미터가 돼야 할 대학의 제도적인 틀안에서 집단적으로 행해져 왔다는 점이 일본사회는 물론이고 평등을 지향하는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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