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화장실 리모델링,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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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어제자 3면에 보도된 ‘서귀포시 화장실 리모델링’ 기사의 사진을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자세히 살펴봐도 손볼 데 없는 멀쩡한 소변기를 새로 교체한 영상이 드러나서다. 마땅히 혈세를 축내는 낭비행정의 전형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예산은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납세를 책임진 도민만 억울할 따름이다.

근래 서귀포시는 제1청사 본관 남녀 화장실 23곳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는 중이다. 노후화가 그 이유다. 하지만 개방형 사무실을 꾸미는 공사가 취소돼 그 사업비를 화장실 리모델링에 쓴다는 게 속내인 모양이다. 총 2억7300만원을 들여 변기와 세면대 등을 교체한단다. 화장실 1곳당 공사비가 1000만원 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다할 리모델링 사유가 없는데도 시설 교체에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시청 내부에서도 화장실 리모델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중화장실과 달리 관리가 잘 돼 손을 볼 데가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공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선 서귀포시가 돈도 참 많다고 생각할 일이다. 과연 시정의 살림살이가 그렇게 넉넉하고 여유로운가.

툭하면 사무실 배치나 집기를 바꾸며 혈세를 낭비하는 건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허나 어려운 여건에서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한심하다. 그러면서 시민 숙원 사업엔 늘상 예산타령이나 하며 손사래를 쳐대니 원성을 사는 것이다. 솔직히 시청 공무원들은 제집의 일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펑펑 쓰겠나. 세금 내는 도민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이런 몰염치가 있을 수 없다.

이번 일이 수십억 단위의 낭비 사례에 비하면 별것 아닌 일로 여기다간 오산이다. 작은 예산남용도 쌓이면 세금고통을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사안은 서귀포시의 몰이해와 안일함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공직의식의 문제라고 본다. 도민 개개인의 노고가 깃든 혈세가 허투루 집행돼선 안 된다. 제주도정 산하 모든 기관이 심기일전해 잘못된 걸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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