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
  • 제주신보
  • 승인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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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 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1964년 런던 도심의 황폐한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자 이를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신사 계급, 상류 사회, 신사 사회의 사람들’을 뜻하는 ‘gentry’와 화(化)를 의미하는 ‘fication’의 합성어다.

원래는 ‘도심 재활성화’ 현상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자본을 가진 외지인이 유입되면서 비싼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개발 사업으로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원래부터 터를 잡아 살고 있는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을 보이는 곳은 과거 서귀포시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송산동, 정방동, 중앙동, 천지동이 대표적이다.

지역 경제와 문화를 이끌던 이들 원도심이 쇼핑과 외식을 즐길 수 있는 문화소비 공간으로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은 낡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인구 변화 추이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 11월 기준으로 서귀포시 전체 인구는 8만2438세대에 19만332명으로 8년 전(2010년 12월 기준) 6만1889세대 15만5504명 대비 3만4828명이 늘었다. 읍·면지역을 중심으로 개발행위가 활발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유입 인구가 늘었다.

반면 올해 송산동과 정방동, 중앙동, 천지동 인구는 8년 전과 비교해 줄어들었다.

특히 중앙동의 경우 2010년 4637명에서 올해에는 4007명으로 630명이 외부로 빠져나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우선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에 문화와 휴식,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식당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은 치솟는 집값이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나게 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버리는 격이다.

외지 자본에 의한 개발 열풍으로 치솟는 땅값과 건물 임대료에 제주도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귀포 신시가지 내 한 아파트(전용면적 84.92㎡)는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온 한 아파트는 8억원이 넘었다.

개발 붐이 농촌으로 확장되면서 도내에서 더 이상 지역별 부동산 가격이 무의미한 시대를 맞았다.

도내 공시자가 상승률도 2016년 27.77%, 2017년 19%, 2018년 17.51%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도민들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 온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가파르게 뛰는 부동산 가격이 달가울 리 없다. 농사를 지어 벌어들이는 소득이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매년 내야하는 각종 공과금과 세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외연상 지역은 뜨는데 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을까?

과거와 달리 제주에서도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평생 벌어서 자기 집을 갖기가 어려운 시대를 맞았다.

제주 이주 열풍 이면에는 ‘제주를 떠나고 싶다’는 원주민들의 아우성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에서도 개발과 보존이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굴러온 돌’에 내몰려 고향을 등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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