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 올라 눈 감으니 사랑만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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㉑도두봉(下)
제주시 숨은 비경 중의 하나…바다엔 해녀 숨비소리
조선시대 위급한 상황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 터 있어

도두봉 달꽃

-양전형

 

일찍이 제 몸 둘이었다면

하나는 분명 나를 주겠다는 여자

파도 부서지는 방파제에 마주 앉아

내 눈에 뜬 별들 헤아리다

고개 숙이고 어깨 흔들며

눈물처럼 방울지는 목소리,

하나뿐인 몸이라도

지구가 파계하는 날

완전히 나를 주겠다는 여자

마음밭에 달 하나 심어

뜨고 지며 뜨고 지며 기다리겠다는

보름밤 치렁치렁 달꽃 같은 여자,

핏덩이 억새꽃 가붓해진 중가을 밤

도두봉 민머리에 활활 핀 여자

 

도두봉은 제주시 비경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도두봉 정상에는 표지석이 함초롬히 서있다. 조선시대에 위급한 상황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 터다. 이곳 봉수대는 동쪽으로 사라 봉수대, 서쪽으로 수산 봉수대와 연락을 취했다. 강부언 作 ‘도두봉에서.’
도두봉은 제주시 비경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도두봉 정상에는 표지석이 함초롬히 서있다. 조선시대에 위급한 상황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 터다. 이곳 봉수대는 동쪽으로 사라 봉수대, 서쪽으로 수산 봉수대와 연락을 취했다. 강부언 作 ‘도두봉에서.’

도두봉은 제주시 숨은 비경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겨울 바다엔 해녀의 숨비 소리가 파도에 스며있고, 도두항에는 등대가 희망등을 밝히고 있다. 도두봉 정상에는 표지석이 함초롬히 서 있다. 조선 시대에 위급한 상황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 터이다. 표지석 앞에서 선조들의 험난한 삶을 잠시 상상해본다. 이곳 봉수대는 동쪽으로 사라 봉수대, 서쪽으로는 수산 봉수대와 교신하며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바다는 무슨 사연을 전하려는 걸까. 물결은 세차게 요동치고 있다.

 

황경수 교수(사진 왼쪽)는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고, 오보에 연주자 이관홍은 엘토 색소폰 연주를 한다. ‘너에게로 또다시, 저 꽃 속에 찬란한 태양이, 베사메 무쵸’ 세 곡을 연주하며 겨울 바다의 따스한 음률이 더해졌다.
황경수 교수(사진 왼쪽)는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고, 오보에 연주자 이관홍은 엘토 색소폰 연주를 한다. ‘너에게로 또다시, 저 꽃 속에 찬란한 태양이, 베사메 무쵸’ 세 곡을 연주하며 겨울 바다의 따스한 음률이 더해졌다.

연극인 강상훈은 훈훈한 목소리로 양전형의 시 ‘도두봉 달꽃’을 낭송한다. ‘파도 부서지는 방파제에 마주 앉아/내 눈에 뜬 별들 헤아리다/고개 숙이고 어깨 흔들며/눈물처럼 방울지는 목소리/ (…) 마음밭에 달 하나 심어/뜨고 지며 뜨고 지며 기다리겠다는/보름밤 치렁치렁 달꽃 같은 여자…’ 시인은 억새꽃 피어난 무렵, 도두봉 정상에 올라 도두항 방파제를 바라보며 보름밤 달꽃 같은 임을 만나는 상상을 했을까. 기적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이곳, 고요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황경수 교수는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고, 오보에 연주자 이관홍은 엘토 색소폰 연주를 한다. ‘너에게로 또다시, 저 꽃 속에 찬란한 태양이, 베사메 무쵸’ 세 곡을 연주한다. 겨울 바다의 찬바람도 색소폰의 따스한 음률에 젖어 훈훈해지는 듯하다. 차츰 구름이 걷히면서 태양도 따스한 빛을 내려준다. ‘베사메 무쵸’의 경쾌한 음률은 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시낭송가 이혜정은 장영춘 시인의 시 ‘단애에 걸다’를 낭송했다. 낭랑한 목소리가 바람에 흐트러지며 운치를 더했다.
시낭송가 이혜정은 장영춘 시인의 시 ‘단애에 걸다’를 낭송했다. 낭랑한 목소리가 바람에 흐트러지며 운치를 더했다.

바람난장 회원인 장영춘 시집 ‘단애에 걸다’ 출간을 축하하면서 즉석 시 낭송을 한다. 낭송가 이혜정은 시 ‘단애에 걸다’를, 낭송가 이정아는 ‘중심잡기’를 낭송한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한 무리 괭이갈매기/저마다 파도 끝에 사연들을 묻어놓고/해 질 녘 아득한 하늘/ 또 하루를 삭힌다.’ 낭랑한 시 낭송에 난장 가족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낭송가 이정아는 장영춘 시인의 시 ‘중심잡기’를 낭송했다. 그의 시 낭송에 난장 가족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낭송가 이정아는 장영춘 시인의 시 ‘중심잡기’를 낭송했다. 그의 시 낭송에 난장 가족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김정희 시인은 사회를 보면서 지은 즉흥시 ‘도두 바람꽃’을 낭송한다. ‘시는 흐르고/수평선을 그리며 관탈섬 멀리/여신은 뛰어 노네/사랑은 도두에 불어와/가슴 펄럭이며 피어나 파랗다’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 모두 ‘도두 바람꽃’으로 피어난다.

 

시 낭송을 듣고 새들이 날아왔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 무리 새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남쪽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어디를 찾아가는 걸까.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풍경이다.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날아가는 길은 엄동설한도 춥지 않으리. 이렇듯 순수한 기쁨이 용솟음치는 도두봉. 누구나 오르기 쉬운 도두봉 정상에서 제주의 신비경을 만끽해보길 권하고 싶다. 새해에는 도두봉에서 해맞이를 해야겠다.

 

※ 다음 바람난장은 12월 22일 오후 5시, 장소는 탑동해변공연장 소극장입니다.

 

글=현정희 그림=강부언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사회=김정희

낭송=정민자, 강상훈, 이혜정, 이정아

무용=장은

음악=서란영, 황경수, 이관홍

음악 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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