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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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겨울이 잠시 숨을 고르는 틈을 타 산보를 합니다. 느릿한 발걸음이 노을 물드는 해변에서 이내 멈춥니다. 찰나는 아니지만 결코 길지 않은 시간, 해거름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다홍빛 물감이 그득 번지는 수면 위로 귀가를 서두르는 가마우지의 비상이 한창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아니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가 되면 지난날을 반추하곤 합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우리 주변을 훑고 지나갔음을 깨닫게 됩니다. 인구(人口)에 회자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희로애락이 상존하는 우리네 삶이 애당초 그런 것인가 봅니다.

천륜을 저버린 끔찍한 일들이 자주 보도되는 현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이 저지르는 잔혹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세상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래도 착실히 법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이 월등히 많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살 만한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사분오열’, ‘당리당략등의 용어가 난무하는 우리 정치판에 과연 국민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사심을 버리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일구려 노력하는 정치인이 있을 것이라 믿기에 마음이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일갈한 19세기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클라크,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라고 부르짖은 인도의 독립운동가 네루. 국민들의 고충을 내 아픔인 양 여기는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깊이 되새겨 볼 만한 가르침인 듯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청년 실업 문제, 최저 임금 문제, 노사 갈등 문제 등과 함께 불황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침체 일로에 빠져 있는 참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겠지만,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속칭 갑질을 일삼는 이들이 횡행하는 모습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그래도 남몰래 성금을 기탁하는 사람들,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흔쾌히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불우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깊어가는 겨울이 마냥 춥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짙어지는 어두움마냥 무술년이 저물어 갑니다. 저 노을이 안타깝고 아쉬웠던 기억들도 함께 데리고 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도 저무는 해가 하염없이 서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둠이 걷히고 나면 기해년의 찬란한 태양이 희망의 씨앗을 품고 힘차게 솟아오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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