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장불입(落張不入)
낙장불입(落張不入)
  • 제주신보
  • 승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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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유머다.

평소 존경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모 병원장이 한 유명 연예인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그 이유인즉, 청첩장 때문이다. 몇 번 만난 적 있는 연예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다. 경조사에 다닐 만큼 친하지는 않았으나 결혼식에 참석했다. 청첩장에 쓰인 문장이 그를 웃게 만들어서다. 그 청첩장 맨 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우천시에도 강행합니다.”

그 웃음 값을 치르고자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다. 축의금을 전달한 후 하객석에 앉아 있는데 더 웃긴 것은 사회자의 멘트였다.

“초혼 때 축의금을 내신 분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후 한마디를 더했다. “이미 했다면 낙장불입입니다.”

▲화투판에서 한 번 바닥에 내려친 패는 다시 집어 들지 못한다. 이게 낙장불입(落張不入)이다. 바둑이나 장기로 치면 일수불퇴(一手不退)다. 이미 엎질러진 물, 한 번 둔 수는 물릴 수 없다.

한 해가 저무는 마당에 화투판 용어를 소환한 것은 올 한해도 제주사회가 다사다난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6·13지방선거에서 당선자와 낙선자의 운명은 갈렸다. 소중한 한 표가 당선자를 위한 생표(生票)가 됐든, 낙선자를 찜한 사표(死票)가 됐든, 현재로선 낙장불입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다시 하자고 우길 수 없다.

유난히 동백꽃이 붉었다. 4·3 70주년을 맞아 범국민위원회 등 4·3단체의 4·3 전국화를 위한 ‘동백꽃을 달아주세요’란 캠페인 덕분이다. 동백은 다른 꽃과는 달리 꽃이 질 때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채 통째로 뚝 하며 낙화한다. 그야말로 낙장불입이다. 하지만 많은 이의 가슴에 다시 피어났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을 뒤집고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다. 이 낙장불입이 제2, 제3의 병원을 탄생하는 도화선이 될지, 일회성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 전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지만, 야생 커피를 처음 재배한 곳은 예멘이다. 예멘이 없었다면, 커피의 대중화는 힘들었을 것이다. 정치가 커피잔을 엎질렀다. 어디 가나 불쌍한 것은 백성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다. ‘낙장불입’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겨울을 잘 견디면 그 자리에 새순이 돋는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귀근(落葉歸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