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살의 미국 책임을 묻는 올바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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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제8회 제주4·3평화포럼은 제주학살(1947-1954) 71년 만에 ‘정의’와 ‘책임’을 주제로 열렸다. 필자가 전해들은 성과를 들자면 첫째, 그동안 화해를 강조했던 학자가 학살 피해배상액 규모를 거론하고, 분할 지급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미 2009년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연구용역보고를 통해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족들과 협의하여 분할 지급할 수 있음”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최근 행정안전부 차관이 국회에서 국가 재정 때문에 배·보상이 어렵다는 말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관료적 답변이다.

국고 탓을 하면서 학살 피해 유족들을 위한 배상 책임을 늦추거나 회피하려는 발언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온전한 화해가 실현되려면 대통령이 몇 차례나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상 배·보상을 지연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성과는 제주학살의 미국 책임을 묻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는 데 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6·25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등 방대한 미국자료를 수집해 온 전문가의 제안이었다.

사실 그동안 제주학살의 미국 책임을 몇 사람이 지적해 왔다. 허호준 박사는 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미군 장교를 면담하여 귀중한 증언을 받아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섬학회(회장 고창훈)는 제주대학교 세계환경과섬연구소와 함께 제주학살의 이행기 정의실현을 위해 나름대로 역량을 집중해 왔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의 제주4·3학술회의 이후 나름대로 4·3의 국제화 작업이 계속돼 왔다. 제주4·3평화재단 발주로 한미일 학자들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영문 번역을 수행했고, 이들과 국제 연구망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2016년, 4·3영문연구서(459쪽)가 나왔다. 이 책에는 배상이론으로 정평을 지닌 에릭 K. 야마모토, 로이 L. 브룩스, 존 토피, 칼튼 워터하우스, 구니히코 요시다 교수 글 등 19편이 실려 있다.

제주학살의 미국 책임을 묻는 올바른 길은 두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하나는 피해 유족들이 직접 나서서 국제인권법을 근거로 미국 연방정부와 미 육군을 대상으로 재판을 거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미국 하와이대 법학 전문가들이 제안한 방식으로써 미국 의회에 제주학살의 미국책임을 묻기 위한 입법 청원을 해서, 특별법을 제정, 시행하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주학살을 공동조사하고, 미국정부가 해결 주체로 나서도록 촉구하는 인권외교 경로이다.

지난 4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4·3국제회의가 열렸다. 그 뒤 워싱턴 특별구를 찾아가 미국의사당에서 미 하원의원을 처음 만났다. 이때 우리를 소개해 준 이가 미 의원에게 4·3당시 제주 상황을 설명했을 때 그는 물었다.

“누가 그때 제주도를 지배했는가?” “미군정이었다.” “오 나의 하느님!” “그 때 몇 명이나 죽었는가?” “지금까지 조사, 확인된 희생자는 1만4000여 명이고 약 3만 명이 죽었다고 추산된다.” “오 나의 하느님.”

필자는 그에게 제주 방문을 요청했다. 따라서 제주학살의 배상책임을 묻기 위한 공식 협의체 구성은 여러 가지로 중요하고 시급하다. 이런 사업들을 잘해 나가길 기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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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 2018-12-25 17:28:14
무슨 빨갱이 같은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