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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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도성장을 했다.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다. 경제와 기업이 커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늘면서 국민의 삶도 크게 향상됐다.

가장 큰 변신은 배고픔의 상징이던 보릿고개가 사라진 거다. 지난해 곡식은 다 떨어졌는데 햇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굶주렸던 4∼5월을 말함이다. 일제 때는 말할 것도 없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1960년대까지 농촌의 빈곤상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로부터 구호를 받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빈곤한 나라에 원조를 하는 국가의 반열에 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은 빈곤으로부터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는다.

▲근래에 나온 몇몇 통계가 맥 빠지게 한다. 하나는 서민층 근로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이다. ‘3분기 가계 통계’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 평균 근로소득이 47만8900원으로 작년 대비 22.6%나 줄었다는 거다.

다른 하나는 한국 저소득층 가구가 가난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최하위라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내용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빈곤탈출률은 64.1%인 반면 한국은 19.5%로 꼴찌였다.

특히 국내 아동 10명 중 1명꼴인 94만여 명이 필수설비가 부족한 곳에 사는 ‘주거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중 9만명은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내놓은 연구 결과다.

▲가난 극복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오래된 과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권위주의 정부 때 증가했던 경제 중산층이 민주화가 이뤄진 뒤 되레 줄어드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분배 개선을 위한 논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됐고, 성장률 추락, 일자리 감소, 중산층의 빈곤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 ‘국부론’의 저자는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정육점 주인과 빵집 주인의 치열한 이윤추구 노력 덕분’이라 했다. 각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사회 전체가 이득을 보는 게 시장원리라는 얘기다. 결국 건강한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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