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년 차를 맞는 시기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9 대선에서 약속했던 제주 공약과 취임 이후 이행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제주비전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17년 4월 18일 제주를 찾아 평화와 인권의 꿈을 담은 동북아시아의 환경수도 조성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갈등 치유 의지를 보였다.
또 명실상부한 제주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갖고 자치분권 시범도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주특별법 개정 추진 등이 골자이다.
이와 함께 한라산국립공원 대상지역 확대를 통한 제주국립공원 지정, 제주의 경관 보전을 위한 송전선과 배전선로 지중화 등을 약속했다.
1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감귤산업 육성과 제주농산물의 해상운송 물류비 지원도 제시했다.
아울러 제주 제2공항에 대해서는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기에 문을 열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한편 제주 신항만 조기 개항도 강조했다.
▲국정과제와 지역공약 채택
문재인 정부는 출범 두 달여 만인 2017년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확정, 공개했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우선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의 완성을 목표로 2018년까지 분권 과제 및 지방 이양사무 발굴·이양, 2019년 제주특별법 개정 로드맵이 제시됐다.
세부 과제는 자기결정권 강화, 재정·세제 관련 권한 등 강화 등이다.
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 과제’의 하나로 4·3의 완전한 해결이 반영됐다. 암매장 유해 발굴, 희생자 추가 신고, 4·3 70주년 기념 사업, 국가 잘못으로 인한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국가 배·보상 추진 등을 담았다.
아울러 제주·남해권 해기인력 양성도 담겨졌다.
제주지역 공약으로는 8개 공약 16개 세부과제가 반영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완성, 제주국립공원 지정과 하논분화구 복원,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 탄소제로섬 실현을 위한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실증 사업 지원, 감귤 육성 지원 및 제주농산물 해상운송물류비 지원, 제주 신항만 조기 개항과 제주 제2공항 개항 지원, 4·3 해결 국가 책임 약속 및 해군의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 철회, 남북 화해와 동아시아 협력을 위한 평화대공원 사업 추진이 그것이다.
▲공약 이행과 과제
제주 공약은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자치분권 확대와 4·3 문제 해결, 강정마을 주민 갈등 치유 등에서 일부 진척을 보이면서 현재진행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만의 차별화된 특례 확대나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가 지역 형평성 등을 이유로 과거처럼 난색을 표시, 속도가 더디거나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제주형 분권 모델의 경우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공동 산하에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가 가동,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인세·소득세·개별소비세 등 국세 이양 및 자율성 부여, 면세·과세·기금 특례 확대, 자치경찰제 확대 시범 운영, 행정체제·선거제도 등 자기 결정권 부여, 환경·투자·관광·교통·문화·산업·복지·미래성장동력 분야 사무 등에 대한 포괄적 권한 이양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와 협의 중인 자치분권 실행계획은 포괄적 권한 이양, 국세 이양 등 대부분 과제에서 수용 불가 또는 장기 과제로 검토, 난항을 겪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고 문 대통령의 철학을 담은 연방제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여건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등 제도 구축, 2020년 이후 제주형 분권모델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달라진 시각, 제주도의 중앙 절충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정부에 특별자치도로 이양되는 중앙 사무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 입법화, 국세의 지방세 이양 조기 추진 등을 건의하고 있다.
4·3 문제 해결의 경우 문 대통령이 지난해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 완전한 해결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유전자 감식 사업이 재개됐다. 올해 예산안에 제주4·3 유적 보존 및 유해 발굴 사업도 반영됐다.
반면 입법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국가의 배·보상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배·보상 등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은 2017년 12월 발의 이후 1년 넘도록 국회에 계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의 4·3특별법 개정안 합의,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정부의 배·보상 재원 확보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강정마을 갈등 치유는 해군이 해군기지 공사 방해 등을 이유로 주민 등 116명과 5개 시민사회단체를 상대로 제기됐던 34억5000만원 상당의 구상권(손해배상) 청구를 2017년 12월 철회, 물꼬를 텄다.
이어 지난해 10월 11일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갖고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와 함께 사법 처리된 주민에 대한 재판 확정 이후 사면복권 적극 검토와 지역 공동체 회복 사업 지원 반영을 약속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앞으로 사법처리자(253명)에 대한 조기 사면, 39개 사업 9360억원(국비 5787억원 포함) 규모의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사업의 차질 없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이 마무리단계에 돌입, 올해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유재산권 침해에 우려를 표시하는 일부 반대 주민 설득이 관건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의 경우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가 마무리되고,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반대 측이 입지 검증 과정에서 특정 지역 배제 의혹, 공항 이용객 예측 수요의 적절성 여부 등 문제를 제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신항만 개발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타당성 입장에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기본계획 고시가 지연되고 있다.
평화대공원 사업은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일원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방부가 대체부지 제공 없이는 무상양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의 경관을 세계적인 환경자산으로 보전·활용하기 위한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533.65㎞, 8341억원)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주산 농산물에 대한 해상운송비 국비 지원도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하면서 올해 정부 예산에도 반영시키지 못했다.
성산고의 국립 해사고 전환도 제주·남해권 해기인력 양성 과제를 근거로 추진했지만 예산 확보에 실패, 기로에 서 있다.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도 제주도가 오는 2029년까지 2804억원(국비 2612억원 포함)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전 국책 사업 채택, 토지주 공감대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 임기 중반을 향해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제주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중앙 절충력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절실해지고 있다.
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