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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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기해년 새 아침에 독자님께 큰절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소망을 이루며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은 희망을 품는 날입니다. 절망을 쓸어내고 어둠을 빛으로 마음 단장하렵니다. 해돋이를 들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눅눅한 시간을 보송보송 말리면 좋겠습니다. 힘들었던 날들도 때론 그리워지는 걸 보면,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참 영글게 들립니다.

저마다 일생의 등대 같은 꿈을 갖기 바랍니다. 높이 떠서 별처럼 반짝이는 꿈, 이루면 좋고 이루지 못해도 더 애틋하게 다가갈 수 있는 꿈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짧지 않은 생애를 살아오면서 제게 후회스러운 일이 한둘이겠습니까만, 꿈이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유한한 생을 걸으면서 간절한 꿈은 시간을 밀도 높게 하는 동력일 텝니다. 흐느적거리는 삶에 생기가 도는 마력입니다.

오늘은 새해의 소망을 펼쳐 놓는 날입니다. 하나하나 구체화하여 결심의 벽걸이에 걸어 놓으십시오. 작심삼일이라고 지레 포기한다면 헛꽃에 면목이 없어집니다. 작심삼일이 쌓이면 그래도 그게 꽃으로 피어날지 누가 압니까.

제게도 몇 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커피를 다스리려 합니다. 하루에 일고여덟 잔까지 마신 결과 가슴이 울렁거리고 목이 따가운 증상을 느낍니다. 아내는 역류성식도염이라며 커피를 끊으라 타박합니다. 한번 결심으로 담배를 끊었지 않았느냐며 옛날을 돌이켜 부추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첫 수필집을 낼까 합니다. 수필집을 세 권 출간한 재당숙께선 서두르면 후회한다고 조언하십니다. 설익은 글을 부둥켜안고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겠지요. 한데도 마음 조급한 건 아마도 고희라는 나이테의 흔적을 남기고픈 심사에서일 겁니다.

오늘은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모든 관계망에 인류애의 등불을 켜고 평화의 나날이 이어지기를 간구합니다.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면 심기가 편치 않습니다. 통합과 공존의 세상이 열리고 있나요, 아니면 끼리끼리 갈등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인사가 만사라는데 왜 캠코더 인사니 낙하산이니 뒷말이 무성할까요. 줄지 않는 안전사고는 어디서 비롯될까요. 왜 여기저기서 내로남불이 춤출까요. 위에서 먼저 본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지는 자세, 포용하는 철학을….

이 순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터가 없는 추운 마음들이 있습니다. 복지라는 일자리는 왜 늘지 않나요.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는데, 기업하고 싶은 분위기는 조성되고 있나요. 가난을 기업가에게 돌려 돌팔매질하는 마음은 없나요. 생산성은 낮은데 급여만 높이라고 으르렁대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웃음이 누군가의 울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능소화처럼 줄줄이 웃음이 웃음을 자아내는 선순환의 사회를 그려 봅니다.

일전에 교우 몇이서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목욕 봉사를 마치고 돌아설 때였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절과 새해를 즐겁게 맞이하고 다시 만나자.” 하고 헤어지려는데, 한 청년이 나의 팔을 끌어당겨 거실 바닥에 앉게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큰절을 하는 게 아닙니까. 순간, 울컥하면서 고맙다고 그의 등을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마음먹었습니다. 새해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리라고.

2019년이여, 충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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