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 길 잃은 제주…노선 명확화·신뢰 회복 관건
외자 유치 길 잃은 제주…노선 명확화·신뢰 회복 관건
  • 강재병 기자
  • 승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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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제주 외국인 투자 유치 과제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도착금액 전년 비해 ‘곤두박질’
道, 중국 외 해외 투자 대상 확대 포부 성과 거의 없어
도정 개발 사업 기준 불명확·규제 강화 등 걸림돌 지적

지난 11월 말 우리나라의 연간 외국인직접투자(신고기준)2304000만달러(잠정)를 기록하며 기존 최대 실적인 2294000만달러(20171231)를 넘어섰다. 외국인직접투자가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제주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난개발을 막고, 첨단산업 등 새로운 분야로 외자 유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놓고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 조감도.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 조감도.

외국인 직접투자 추락

지난달 열린 제주 글로벌 투자유치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은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를 가져오고,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전략, 투자 유치 증가, GRDP 증가, 고용률 상승의 선순환 구조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제주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사실상 멈춰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제주지역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신고금액은 16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08900만달러의 10분의1 수준으로 급락했다. 도착금액도 19500만달러로, 전년 9억달러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투자 실적은 15, 100만달러에 불과했다. 환율로 따지면 12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163분기까지 6400만달러의 64분의 1, 20173분기까지 2000만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다. 도착금액 신규투자 실적 역시 100만달러에 그쳤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급감한 것에 대해 제주도는 중국 자본에 편중돼 있고, 해외투자 제한 등 중국 자체의 문제가 주요 원인이지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제한이 제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외국인직접투자 가운데 중국 투자는 신고기준 238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2.7% 증가했고, 도착기준도 74700만달러로 470%나 급증했다.

제주도는 중산간 난개발, 부동산 위주의 콘도 등 도민들이 투기 자본과 환경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기 때문에 대규모 부동산 개발 위주의 투자를 지양하고 IT BT, 미래전략 블록체인 등 신 산업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한 중국에 편중된 투자 유치를 전환해 투자 대상과 투자처를 다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바람처럼 새로운 투자 대상과 투자처 확대는 성과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사가 중단돼 수년째 방치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해당 사업은 제주지역 대규모 외자 유치 1호 사업이다.
공사가 중단돼 수년째 방치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해당 사업은 제주지역 대규모 외자 유치 1호 사업이다.

제주도의 신뢰 회복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외국 자본이 투자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개발과 보존이라는 갈림길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개발 사업에서 불거지는 난개발 방지, 건전하고 안정적인 자본 유치 등은 분명히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원칙이 먼저 확립돼야 하고, 이를 근거로 행정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또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지면 신속하고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행보는 이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다.

도민 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20175월 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의 과정에서 갑자기 자본검증이 요구됐고,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자본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17개월이 지나 내린 결론이 인허가가 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6개월 내에 사업비의 10%3300억원을 예치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 사업자들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제주지역의 대규모 외자 유치 1호 사업인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이미 사업이 중단돼 수천억원대의 복잡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개발 사업 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자본검증 등을 강화했다. 개발사업심의위 구성에 대한 근거는 있었지만 제주도는 이전까지 위원회 기능이 무의미하다며 운영하지 않았다.

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 강화는 당연하지만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규제가 하나 더 만들어진 셈이다. 현재 개발사업심의위는 개발 사업의 가부까지 결정하고 있다.

투자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은 매우 중요하고, 예측 가능해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또한 행정행위 역시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제주도정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한 사업자는 제주도가 갑자기 지침을 바꾸고 법과 규정에도 없는 조건을 들이댄다. 그런 연후에 근거를 만들 때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투자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행정 신뢰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제주에 투자하면 마치 모두 해줄 것처럼 했다가 이제 투자를 하려고 하니 모두 안 된다고 한다”,  “투자 유치 협의가 아니라 투자자와 대립하고 있다”, “제주도의 투자유치부서는 투자방지과’, ‘투자규제과라고 불린다라는 등의 말까지 나온다.

제주도는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투자 대상과 투자처를 다변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행정에 대한 신뢰가 투자 유치 대상과 투자 유치 국가를 바꾼다고 해서 되살아날지는 의문이다.

제주도가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에 대한 제주도정의 기조를 명확해야 한다. 또한 개발 사업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원칙과 근거를 먼저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분명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