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대표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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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논설위원

영어권 국가의 유명한 언어학회나 권위 있는 사전이 연말 또는 연초에 발표하는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는 한 해 동안 사람들이 널리 사용함으로써 그 해를 상징하는 단어를 뜻한다. 이 단어는 일 년간 지역과 계층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거나 자주 사용 또는 검색된 어휘 중에서 선정된다.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2018년의 대표 단어로 ‘유독한(toxic)’을 선정했다. 환경 오염과 유독 가스 및 쓰레기를 비롯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여러 상황에서 작년보다 45% 이상 사용량이 증가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콜린스 사전도 2018년의 대표 단어를 ‘일회용(single-use)’으로 선정함으로써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환경을 파괴하고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회용 물품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인 운동이 펼쳐지면서 이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영국의 캠브리지 사전은 2018년을 나타내는 단어를 ‘노모포비아(nomophobia)’로 선정했다. 이것은 옆에 휴대전화가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뜻한다. 아마도 스마트폰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한번은 그런 경험을 했을 법하다.

미국의 메리암-웹스터 사전이 선정한 지난해 대표 단어는 ‘정의(justice)’였다. 이 단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과 러시아 스캔들 및 사법 방해 의혹으로 전년 대비 74% 사용량이 증가됐으며 내년에도 상위 검색어가 될 것이라 한다.

미국의 딕셔너리닷컴은 ‘오보(misinformation)’를 2018년의 상징 단어로 선정했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 사회에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언어 모니터는 ‘순간(moment)’과 ‘무기화(weaponize)’를 2018년의 대표 단어로 뽑았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세기의 결혼식 순간을 가진 점과 정치인의 말이나 행동이 더욱 무기화가 되고 있음을 고려한 선택이다.

국내에서는 교수신문이 2018년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이는 논어 태백편에 실린 증자의 가르침으로, 선비는 책임이 무겁고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반도 평화 구상과 국내 정책 추진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은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2018년을 대표하는 단어들은 대부분 정치 사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이다. 겉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안으로는 다음 해에 개선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2018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지구촌에서 과연 어떠한 일들이 주요한 이슈였으며 그것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토대로 이듬해는 어떤 일들이 바람직하게 수행되면 좋은지를 예측하게 해준다.

특히 올해의 단어들과 함께 쓰이는 문구들은 사람들이 대화에서 어떤 말뭉치를 자주 사용하는가를 통계적으로 연구하는 코퍼스 언어학에서 귀중한 자료가 된다. 온라인 영어사전에서 ‘toxic’이란 단어를 찾으면 화학 물질이나 환경 오염 및 미투 운동에 관한 내용들이 함께하는 문장들을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올해의 단어들은 세계의 언어 화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생생한 어휘들의 총체를 이룸으로써 빅데이터 시대 언어 연구에 방향성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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