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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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12간지 각각의 띠에는 덕담들이 따라다닌다. 호랑이띠나 용띠 남자라면 만인을 호령할 인물이 된다든지, 소띠로 태어나면 열심히 일해서 재산을 일군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럴싸하게 해석하고 장점만을 열거하니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이 모두가 기분이 좋다.

돼지띠도 예외가 아니어서 좋은 이미지가 넘친다. 먹성이 좋은 데다 새끼를 많이 낳아 식복과 다산의 상징으로 여긴다. 조상들은 먹거리 걱정 없이 자손을 번창시키는 걸 가문의 큰 복락으로 여겼기에 돼지띠에 대한 애정은 무엇보다 각별했다.

심지어 꿈속의 돼지는 더욱 대접을 받았다. 돼지꿈은 재물, 벼슬을 안겨주는 부와 복의 상징이다. 돼지를 끌어안거나 돼지를 몰아넣는 꿈은 모두 길몽으로 여겼다. 꿈을 꾼 뒤 복권에 당첨된 사례도 나온다.

▲그해의 띠에 관한 속설은 새해 벽두의 인기 있는 화제 가운데 하나다. 2006년 쌍춘년 소동, 2007년 황금돼지해의 열풍, 2010년 백호해와 2012년 흑룡해의 기세 등에서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좋은 띠라고 반기는 해에는 필연코 결혼 붐을 일으켜 출산율과 유치원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돼지해에 태어나면 다복하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1971년생 돼지띠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그해 태어난 아이는 102만4773명이었지만 92.1%가 생존해 올해 만 48세를 맞았다.

2007년 돼지해엔 병원 신생아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재복을 타고난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그해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4만5000명이 많았다.

▲어김없이 돌아온 돼지해건만 2019년 기해년은 60년 만의 황금돼지띠라며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앞서 2007년은 잘못 알려진 거고 이번이 진짜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12월 웨딩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이유가 여기에 있던 것 같다. 결혼식장이 동이 나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니.

2030년 우리나라 인구는 52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대신 기대수명은 늘어 ‘100세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특정 띠에 대한 풍설은 출산을 기피하는 우리 사회에 베이비붐을 일으키는 사실 한가지만은 다행이라 여겨진다. 모쪼록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앞날에 복이 가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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