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이스/김애리샤
‘여름 한철/그대와 함께/뜨겁게 반짝였을/초록의 시간들//초겨울 문 앞/아직은 그리움에 겨워/그대 가슴 속에서 뒤척인다//…//다행인 것은/그럼에도 불구하고/가야 할 때를 알아차린 일/재빨리 제 몸을 떨군 일//때가 되어도 악착같이 붙어 있으려 하는 건/추한 일이므로/나뭇잎의 자세가 아니므로//.’(시 ‘회상’ 중)
김애리샤 시인이 짙은 그리움이 배인 시집 ‘히라이스’를 출간했다.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히라이스. 제목 만큼이나 시인의 시들에는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에는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맞는 죽음, 평범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 가슴 아릿한 이별, 사랑하는 이를 그저 덤덤히 기다리는 마음이 녹아내렸다.
현택훈 시인은 발문을 통해 “거의 운명적으로 섬사람의 외로움을 타고났다”고 했다. 특히 이 시집에 유독 연작시가 많은 이유에 대해 ‘대상에 대한 애착을 지우지 못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애착을 지우지 못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자꾸만 고개를 돌리는 마음은 달리 말하면 ‘그리움’일 것이다. 그리움의 정서가 시집 전반에 걸쳐 자리한다.
시인의 이력과 생활도 시에 녹아들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고민하고 창작하는 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한그루 刊,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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