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儒家)의 오복(五福)
유가(儒家)의 오복(五福)
  • 제주신보
  • 승인 201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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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 연구원장/수필가

유교 경전에 나오는 말,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오복(五福)이라 이른다.

수는 천수(天壽)를 누리는 행복을 말한다. 따라서 오복은 수가 우선되지 않으면 나머지 네 가지 복은 허사다. 곧 ‘웰빙’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이다.

부는 세상을 사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재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 대부(大富)는 재천(在天)이요 소부(小富)는 재근(在勤)이라는 옛말이 있다. 어디까지나 후천적인 노력에 의하여 이뤄 놓은 부를 의미하는 것 같다. 자족하고 여유가 있으면 남을 돕고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는 뜻이 담겨있지 싶다.

강녕이란 건강 문제다. 몸과 마음, 어느 한쪽이라도 병들면 양쪽 모두 잃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하니 심신이 동시에 편안해야만 균형 있는 건강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호덕은 물질적으로 넉넉하고 심신이 건강하다고 모두 참된 삶이라 할 수 없다. 부유할 때 절약하고 저축하여 늙으면 호덕(好德, 덕을 낙으로 삼으라는 뜻)의 정신으로 사는 것이 참된 삶이라는 의미다. 2500여 년 전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에도 이웃을 보살피고 베풀며 살았으니 사회 봉사제도는 그때부터 싹이 튼 게 아닌가 미루어 짐작한다.

끝으로 고종명이란 죽음의 복, ‘웰 다잉’을 말한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불의의 사고나 변을 당해 천명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하므로 일평생 아무런 탈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편안하게 죽음을 이른다.

그런데 오복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 일반 서민사회에서 원했던 오복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흔히 듣던 말이다, 치아가 탄탄해야 한다. 자손이 번창하고, 부부의 해로, 재물이 풍부함은 물론 죽으면 명당(明堂)에 묻히는 것을 오복으로 꼽았다.

요즘 세상 장례문화의 진화로 명당은 고사하고 한 평 땅속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세상이 아닌가. 화장 후 납골당이나 산골 또는 수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회통념이 그러하니 죽으면 땅속은 고사하고 불속이든 물속이든 숙명에 맡겨야 할 판이다. 하기야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명당 찾아가기도 한다. 저승에 갔다 온 사람이 아니면 명당이 좋은지 화장이 좋은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누구든 한번은 가야만 할 길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세태를 풍자한 현대판 오복이란 말도 떠돌아다닌다. 건강한 몸,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을 만큼의 재물, 서로 아끼고 지내는 배우자, 앞의 세 가지는 대동소이한데 다음 두 가지가 이채롭다. 즉 늙어서도 삶의 보람과 리듬을 탈 수 있는 적당한 일거리, 마지막으로 자신과 동행하는 벗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노인들의 삶은 다양하다. 경로당, 노인대학, 동아리모임, 봉사 활동, 평생교육기관이 사방에 널려 있다. 해야 할 일이 넘친다.

어느 노교수처럼 100세를 누리면서도 그의 강의를 듣고자 청중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세상이다. 젊어서 아껴둔 재물, 더러 풀어놓을 줄 알면 외롭지 않다. 그게 유가의 참된 오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