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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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논설위원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꽃이다. 효율성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는다. 대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힘이 약한 소생산자나 소비자들이 힘을 합쳐 경제적 이득과 상호복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공동출자해서 만든 기업도 있다.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으로 갑자기 힘이 세진 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19세기 초에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다. 생산자조합, 소비자조합, 신용조합, 상호공제조합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조합원들의 공동 소유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운영된다는 점은 같다. 목표는 물론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과 상부상조다.

뉴질랜드는 아주 오래된 협동조합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1869년에 협동조합 형태의 은행이 등장한 게 그 시초다. 지금은 전국적인 규모만 7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낙농기업 폰테라, 키위 수출로 유명한 제스프리, 슈퍼마켓 체인 푸드스터프스, 건축자재 체인점 마이터10, 의료보험조합 서던크로스헬스케어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모두 협동조합이다. 농업에서부터 제조, 보험, 은행, 금융, 교육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셈이다.

뉴질랜드에서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경제적 이득은 뉴질랜드 국내총생산(GDP)의 20%선에 달한다. 뉴질랜드인 3명 중 1명은 어떤 종류든 조합에 가입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 조사 보고서도 세계 14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뉴질랜드가 협동조합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는 규모가 큰 협동조합들이 있다. 한국의 농협도 매출 등 외형으로 보면 웬만한 뉴질랜드 협동조합들보다 훨씬 더 크다. 하지만 국가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뉴질랜드가 더 크다.

뉴질랜드에서 협동조합이 발달한 것은 조합들이 회원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잘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를 하고 대외 창구를 단일화해 판매나 수출을 총괄하는 건 기본이다. 자기들끼리는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외부의 적과는 일사불란하게 싸울 수가 있는 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조합들이 경영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긴다. 낙하산 인사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다. 폰테라는 엄청난 연봉을 주면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외국인 전문 경영인을 모셔오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네덜란드 출신 테오 스피어링스는 연봉이 800만 달러(약 62억 원)가 넘었다. 기업의 주인은 소를 키우는 농부들이지만 경영만큼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맡겨 일류기업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런 게 갖추어졌다고 충분한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조합원들이 기본 정신에 얼마나 충실 하느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건 구매나 판매는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공동으로 하고 정보와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에 중복을 피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너나없이 경쟁적으로 무나 당근을 심었다가 과잉공급으로 한 해 농사를 모두 갈아 뒤엎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실수는 스스로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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