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유대인들
내가 만난 유대인들
  • 제주신보
  • 승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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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필가

1971년 6월 언니가 있는 미국 뉴욕에 갔다. 다음 날부터 길을 알기 위해 지도를 보며 사방으로 퍼진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며칠을 돌았다. 맨해튼은 허드슨 강에 둘러싸인 길쭉하고 단단한 돌섬이라 지하철이 개미집처럼 뚫려 있어도 위험하지 않다. 지상엔 100년이 넘는 높은 빌딩이 꽉 차 있어도 탄탄하게 지어 창문틀 하나 삐뚤어지지 않고 튼튼하다. 그때부터 뉴욕은 자동차 주차하기가 어려워 지하철은 항상 붐볐다. 출퇴근 시간엔 각 나라 사람들이 꽉 차 냄새로 공기가 탁해 한 번은 정신이 아찔해 주저앉았다가 얼른 내렸다.

그 와중에도 검은 옷 입고 모자를 쓴 유대 남자들은 모두 책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두뇌 발달을 위해 3살 때부터 성서와 탈무드 읽기 교육을 시작한다. 교육은 칼이나 돈보다 강하다고 믿기 때문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면서 읽고 싶어서 읽는 인성교육 책이다. 그런 습관으로 그들은 모두가 책벌레들이다. 그 많은 인종 중에 오직 그들만 붐비는 지하철에서 서서라도 모두가 책을 읽다니 놀라운 감명을 받았다.

서기 73년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멸망시켜 그들은 나라 없이 각국으로 흩어져 살다가 2차 대전때 나치스 독일이 유대인 멸종 계획에 따라 600만 명이나 가스실로 보내지고 총살당하고 혹은 고문 끝에 죽었다. 미국에 있는 1세대 유대인들은 히틀러의 학대를 받고 죽음에서 살아나 어렵게 미국에 와서 궂은일은 다하면서 고생스럽게 살았다. 그래도 그들은 모든 자유를 다 얻었고 육체적 고생은 대가가 있어 먹고 살면서 자식 공부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행복했단다.

언니가 살던 동네가 유대인 동네였는데 그들은 이미 나이 들어 낮이면 빌딩 앞에 쭉 나와 앉아 담소를 하곤 했다. 아들 딸들이 거의 의사나 교수, 연구직으로 다 성공해서 그들의 기쁨이었고 안 쓰고 모아둔 돈이 있어도 검소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의 종교는 선행이 쌓여 천국을 이룬다고 믿고 선행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부지런함과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었다.

전 세계에서 유대민족 만큼 단결력이 강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하늘이 준 좋은 기회는 지리적 좋은 조건만 못하고 지리적 좋은 조건은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 그들의 인화와 단결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온 가족의 굳은 단결은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불운도 이겨 내기 마련이라고 굳게 믿고 이 생각은 민족에 단결로 이어졌다. 그들은 모두가 한 형제였다.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뜨릴 수 있지만 다섯을 묶으면 아무도 못 부러뜨린다”고 믿고 철저히 생활화했다. 다른 가족의 아이가 공부를 잘하거나 성공의 길이 보이면 내 아이를 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주저 없이 내놓는다. 그 아이가 성공하면 민족의 성공이고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거의 2000년이 지난 지금 로마제국은 벌써 없어졌고 유대인은 남아 있다. 지금 그들은 세계의 경제를 거머쥐고 있고 과학, 예술, 정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민족이 되었다.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반갑게 맞아주고 직접 만든 케이크나 쿠키를 기다렸다가 주곤 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정착할 때의 어려움을 그들은 잘 알고 있으므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키 작은 처녀를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그 먼 곳에서 말도 안 통하는 겁쟁이 내가 쉽게 적응하면서 의지했던 그들의 사랑이 지금도 내 마음에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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