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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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지난 해 12월 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는 ‘신의 편지’가 뉴욕 크리시티 경매에서 289만 달러(약 32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편지는 1954년 아인슈타인이 74세 때 독일의 철학자 에릭 쿠트킨트에게 보낸 편지다. 크리스티 측은 “놀라우리만큼 솔직하고 사적인 이 편지는 아인슈타인이 타계 1년 전에 쓴 것으로 그의 종교적, 철학적 견해가 가장 분명한 표현으로 농축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 편지엔 “나에게 신(God)이라는 단어는 그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표현이자 산물이다. 성경은 경의를 표할 만은 하지만 여전히 원시적인 전설을 모아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교한 해석을 붙여도 내게 이러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유대인으로 한때 이스라엘 대통령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바 있는 그는 “유대인들은 다른 인류와 비교해 더 낫지 않으며 선택받은 민족도 아니다”며 유대인의 선민의식을 부정하기도 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불현 듯 지인과 대화를 나눴던 일이 떠올랐다. 그 때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바로 후였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H 선생에게 물었다.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신은 있습니까?” 그러자 한 참을 머뭇거리다 “할 말이 없습니다.” 고 한다. 그 때 H 선생의 솔직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났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제주도로 수학여행 오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300여 명이…. 별별 생각이 꼬릴 물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말도록 막아주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신의 존재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게 하기도 했다.

언론인 이광명은 ‘신의 편지’를 보고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제공하는 대량의 정보는 시간이 갈수록 종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은 생명의 비밀도 파헤치고 있고, 신의 영역이라는 생명의 창조도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위대한 과학자의 비판을 계기 삼아 종교도 맹목이 아니라 이성으로 여과되고 과학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윤리규범으로 무장한 도덕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미신적 기복신앙과 물신숭배로 타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종교의 본성을 생각하게 하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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